도내 일터로 나서는 고령층 늘어
취업자 5년새 27.49%→33.54%
상당수 단순·저임금 노동에 내몰려
월소득 200만원 이하 큰 비중 차지
지난 12일 오전 6시께 취재진이 찾은 경기도 안양시의 한 건설현장. 해도 아직 다 뜨지 않은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노란색 조끼와 안전모를 쓴 근로자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 중 60대 이상으로 보이는 노인의 비율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신체적으로 격무가 이뤄지는 건설 현장의 경우 젊은 층이나 외국인 노동자의 비율이 높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인식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곳의 일용직 근로자 A씨(70대)는 “몸이 아파 병원에 다니지만, 먹고 살기 위해 새벽부터 나와 ‘두 탕’을 뛰고 있다”며 “늙은 몸 어느 하나 다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매일 일을 나서고 있지만, 이제는 정말 힘에 부친다”고 말했다.
굳이 일용직이 아니어도, 은퇴 이후 자신의 ‘몸값’을 낮춰 재취업하는 경우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안양의 한 아파트에서 만난 70대 경비원 B씨(60대) 또한 은퇴 후에도 새 직장을 구해 일을 하고 있지만, 은퇴 이전 월급보다 크게 줄어든 수준에 만족해야 하는 처지다.
B씨는 “은퇴하긴 했지만 모아둔 돈만으로 생활하기에는 금전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 계속 일을 할 수밖에 없다”며 “점차 주변에서도 은퇴하고도 일하는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어 이제는 당연히 일을 해야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처럼 생계를 위해 은퇴 후에도 금전적 어려움을 호소하며 일터에 나서는 고령층의 비율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빈곤에 대한 걱정은 은퇴 이후에도 고령층을 일터로 내몰고 있다. 경기도일자리재단이 지난해 발표한 ‘월간 데이터 인사이트’ 6월호를 살펴보면, 최근 5년간 경기도 고령인구 취업자 추이는 지난 2019년 27.49%에서 2023년 33.54%까지 상승하는 추이를 보였다.
경기도가 발표한 ‘2024년 경기도 사회조사’에서도 ‘최근 1주일간 일을 했다’고 응답한 경기도 65세 이상 노인은 31.2%였다. 이 중 임금근로자는 68.3%, 자영업자는 28.3%였다.
직종별로는 단순노무가 35.9%, 서비스직이 20.8%로 고령층 노동의 상당 부분이 단순·저임금 노동에 집중돼 있었다.
다만 이들의 소득은 높지 않다. 조사에서는 가구주 나이 기준별 65세 이상인 경우 이중 23.2%의 월 소득은 50만~100만 원에 불과했으며, 또 100만~200만 원대 소득 가구가 24.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노인빈곤에 관한 연구: 소득과 소비를 중심으로’ 보고서를 통해 1950년 이전 출생 세대의 경우 급속한 경제성장의 수혜를 적게 받아 상대적으로 그 이후 출생 세대에 비해 소득 수준이 낮고 자산 축적이 어려웠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한국의 가장 대표적인 노후소득보장체계인 국민연금도 1998년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확대되며 1950년 이전 출생 세대의 경우 가입기간이 짧고 수령액이 적다는 설명으로, 이 역시 세대 간 빈곤율 차이의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이다.
홍선미 한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령 인구 다수는 충분한 퇴직금, 개인연금, 금융자산, 부동산 등 사적 자산을 축적하지 못해 생계자금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대부분의 일자리가 임시적인 저임금 일자리에 편중돼 있는데, 보수나 근무 환경 등 여러 면에서 노령 인구가 만족할 수 있는 실질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박종현·이지윤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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