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판잣집 등 거주 60세 이상
17만7천441 가구로 전체의 40%
도내 노인가구 자가보유율 83.6%
중위소득 50% 미만은 74.7% 낮아
소득 따라 주거 안정성 양극화 뚜렷
“할 수만 있다면 당연히 벗어나고 싶죠. 그런데 그게 쉽지 않네요.”
15일 취재진이 찾은 수원시 권선구의 한 반지하촌. 이날 만난 60대 강모 씨는 취재진에게 빛이 잘 들어오지 않아 어두컴컴한 반지하 집의 모습을 보여주며 쓰게 웃었다.
과거 식당 일을 했으나 나이가 든 이후에는 몸이 예전 같지 않아 은퇴했다는 강모 씨는 금전적으로 여의치 않아 계속 이곳에서 거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씨는 반지하 거주 중 가장 힘든 때를 묻는 질문에 ‘비가 올 때’를 꼽았다. 폭우가 쏟아질 때마다 강 씨는 집 안으로 물이 들어찰까 심장이 벌렁거려 제대로 밤에 눈도 붙이지 못한다고 호소했다.
같은 날 수원시 팔달구의 한 쪽방촌에서 거주하는 80대 김영건 씨의 상황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마당은 젖은 물건과 옷이 널부러져 있는 채로, 집 안은 사람 한 명이 간신히 누울 수 있을 정도로 매우 비좁은 단칸방이었다.
김 씨는 과거 시장에서 장난감을 파는 등의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왔지만, 수년 전 거동이 힘들고 몸이 좋지 않아 장사를 그만둔 후 여기서 거주하고 있다.
김 씨는 이곳에서 거주하는 이유로 저렴한 월세와 보증금이 없는 점을 꼽는다. 해당 쪽방촌은 보증금이 따로 없고 월세 또한 25만 원에 그쳐 등 타 거주지에 비해 금액이 매우 저렴한 편에 속한다.
금전적으로 어려운 고령층들이 취약한 거주지로 내몰리는 이유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2년 주택이외의 거처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주택 이외의 거처(고시원, 판잣집, 비닐하우스 등)에서 사는 60세 이상 가구는 17만7천441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주택에 거주하지 않는 전체 가구의 약 40%를 차지하는 비율로, 특히 고령층의 취약한 주거 모습이 확인된다.
경기도의 2024년 ‘노인실태조사’에서도 도내 전체 노인 가구의 자가 보유율은 83.6%였지만 중위소득 50% 미만 가구는 74.7%로 평균보다 10%p 가까이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중위소득 150% 이상 고소득 노인 가구의 자가율은 91.8%에 달하면서, 소득 수준에 따라 주거 안정성에 뚜렷한 격차가 나타났다.
가구 형태별 격차도 분명하다. 동일한 조사에서 홀몸노인의 자가율은 70.7%로 가장 낮았고, 노인 부부 가구는 86.6%, 자녀와 동거하는 가구는 87.4%가 자가였다.
유호근 과천시노인복지관장은 “LH 등에서 실버 공동주택 비율을 늘리고 있으나 여전히 금전적 부담으로 (입주를)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며 “주거 취약계층의 경우 관련해서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종현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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