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광주 만선초등학교 어울관에서 IB PYP 과정 공개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성관 기자

국제 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ccalaureate) 본부에서 개발해 운영 중인 IB교육은 현재 150개국 이상에서 운영되는 국제적인 교육 방식이다. 국내 주입식 교육과 달리 토론, 발표 위주의 교육으로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와 창의력을 키운다는 평을 듣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2022년 IB본부(IBO)와 정식으로 협약을 맺고 IB 교육을 도입했다. 이후 도교육청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도내 IB 학교는 297개교까지 늘었다.

IB 학교는 관심학교, 후보학교, 인증학교 등 총 3단계로 구분된다. 이중 인증학교는 IB 월드스쿨의 인증 기준을 충족한 학교로 도내에는 14개교만이 존재한다.

광주시에 위치한 만선초등학교는 지난해 말 IBO로부터 IB PYP(초등과정) 월드스쿨 인증을 받았다. 이에 따라 개념 기반의 탐구 학습을 바탕으로 깊이 있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공개수업을 진행해 경기도를 비롯한 타 지역 학교 관계자들에게 ‘만선 IB’ 교육의 방향과 우수성을 알리기도 했다.
 

지난달 29일 광주 만선초등학교 IB PYP 공개수업에서 6학년 학생들이 발표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성관 기자
지난달 29일 광주 만선초등학교 IB PYP 공개수업에서 6학년 학생들이 발표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성관 기자

◇질문으로 여는 배움, 깊이 있는 탐구

“저희 PJL 유나이티드에서는 스포츠를 탐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난달 29일 찾은 만선초 어울관(체육관). 공개수업에 참석한 100여 명의 교육 관계자들 앞에서도 6학년 학생들은 떠는 기색 없이 각자 발표를 이어나갔다.

이날 6학년 학생들은 발표하는 주제에 따라 ▶행관세 ▶PJL 유나이티드 ▶기막멸막 ▶Mind In Balance 등 4개 팀으로 나눠 PYPx(발표회)를 진행했다.

PYPx는 PYP 마지막 학년에 최종적으로 수행하는 일종의 협력적 경험이다. 지도형 발표회와 달리 학생들이 주도해 발표회를 계획하고 시행하는 형태다.

행관세 팀은 ‘감정의 이해와 조절은 행복한 삶을 가능하게 한다’는 중심 아이디어를 토대로 탐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LOI(Line of Inquiry·탐구목록)1에서 감정의 표현 방식을 언어적, 비언어적으로 나눠 고민했으며, LOI2에서는 감정을 조절하지 못했을 때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LOI3에서는 감정전시회 방문, 상담 교사와의 인터뷰 등을 통해 감정 교육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PJL 유나이티드 팀은 ‘우리의 삶에서 스포츠를 즐기려면 책임을 갖고 실천해야 한다’는 중심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탐구를 진행했다.

이 팀은 LOI1에서 스포츠의 의미와 종류에 대해 탐구한 뒤 LOI2에서 스포츠 참여 방법을 직접 참가와 관람으로 구분해 각각의 특징을 조사했다. 이어 LOI3에서는 각 방법의 문제점을 조사해보기 위해 휠체어를 타고 스포츠 센터, 체육관을 방문하는 등의 활동을 가졌다.

이 밖에도 기막멸막 팀은 지구의 기후 위기에 대한 우리의 책임을, Mind In Balance 팀은 마음 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방법을 탐구해 발표했다.

IB 학교는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가 속한 공간과 시간 ▶우리가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 ▶우리가 자신을 조직하는 방법 ▶세계가 돌아가는 방식 ▶우리 모두의 지구 등 6개의 POI(Program of Inquiry·연간 교육과정)로 운영된다.

이 중 만선초 6학년 학생들은 ‘우리는 누구인가’ 단원에서 ‘함께 성장하는 우리’를 탐구 주제로 잡고 이 같은 탐구 과정을 진행했다.

이날 어울관에서 발표를 진행한 6학년 외에 2학년과 3학년, 4학년 교실에서도 각각 공개 수업이 진행됐다.
 

​지난달 29일 광주 만선초등학교 IB PYP 공개수업에서 2학년 학생들이 발명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있다. 이성관 기자​
​지난달 29일 광주 만선초등학교 IB PYP 공개수업에서 2학년 학생들이 발명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있다. 이성관 기자​

특히 2학년 학생들의 경우 생활 속 불편한 점을 바꿀 아이디어를 각자 준비해 서로에게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저학년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수준 높은 피드백이 오가며 참관인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IB 통해 생각이 넓어졌어요!”

1948년 개교한 만선초는 2023년 3월 IB 관심학교로 선정된 후 같은 해 8월 빠르게 후보학교로 승인을 받았다. 이어 2024년 11월에는 월드학교로 인증받았다. 학생 수 66명, 교직원 25명으로 이뤄진 소규모 학교에서 일궈낸 성과였다.

만선초는 기존 교과서 위주 교육에 익숙한 학생들이 IB 교육을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질문으로 여는 배움, 깊이 있는 탐구로 성장하는 만선초’를 비전으로 삼아 학생들에게 공유했으며, IB의 다양한 용어와 개념을 탐색하도록 했다.

또 ▶사고하는 사람 ▶열린 마음을 지닌 사람 ▶배려하는 사람 ▶지식이 풍부한 사람 ▶원칙을 지키는 사람 ▶도전하는 사람 ▶균형 잡힌 사람 ▶탐구하는 사람 ▶성찰하는 사람 ▶소통하는 사람으로 이뤄진 만선초의 학습자상을 바탕으로 학급 규칙을 세우며 학생들이 IB 교육에 적응토록 지원했다.
 

최병진 만선초등학교 교장이 만선초의 학습자상을 설명하고 있다. 이성관 기자
최병진 만선초등학교 교장이 만선초의 학습자상을 설명하고 있다. 이성관 기자

만선초는 교내 곳곳을 IB 수업과 관련된 내용으로 꾸미기도 헀다. 실제 복도에는 학생들이 각색한 동화책 등을 비롯해 각종 제작물이 전시돼 있었으며, 도서관에는 6개 단원으로 구성된 POI에 맞춰 도서가 따로 분류돼 있었다.

공개수업 당시 각 학년별 교실을 둘러보던 참관인들은 ‘공개수업을 위해 이렇게 꾸며놓은 것 아니냐’는 말까지 할 정도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날 만난 만선초 6학년 학생들 역시 IB 교육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강준(가명) 군은 “IB 교육을 통해 스스로 생각이 넓어지는 기회가 생긴 것 같다”며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웃어보였다.

IB 교육을 받기 위해 올해 만선초로 전학 온 박흥민(가명) 군은 “PYPx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친구들과 의견이 맞지 않아 다투는 일이 있었다”면서도 “서로 의견을 듣고 존중하며 협력하는 시간을 통해 풀어냈다. IB 교육의 도움이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IB학교 이전 만선초와의 차이를 묻는 물음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추상욱(가명) 군은 “IB 학교가 되기 전에는 저희가 선생님께 질문을 했다면 이제는 선생님께서 저희에게 질문을 던지시고 저희가 답을 구한다”며 “우리가 수업을 주도하는 만큼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지며 사고 이해력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강우연(가명) 양도 “IB를 하면 발표를 많이 하게 된다”며 “이 과정이 힘들기도 하지만 발표를 준비하면서 새롭게 아는 것도 늘어나고, 생각이 깊어졌다”고 했다.

최병진 만선초 교장은 “우리 학생들이 IB 교육을 통해 학교에서 더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만선초는 학생들이 우수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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