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에는 세균, 바이러스, 이물질 등 외부 침입자로부터 몸을 지키는 면역세포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 면역세포들이 오히려 자신의 몸을 공격하면서 각종 질환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러한 질환을 ‘자가면역 질환’이라 하는데, 이는 인체의 모든 장기와 조직에 나타날 수 있다.
자가면역 질환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건강을 자극하는 생활습관이나 스트레스가 주된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갑상선, 췌장 등 내분비기관, 적혈구, 피부, 근육, 관절 등에서 주로 발생하며, 어느 부위에 발생하는지에 따라 증상과 질병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뇌와 척수, 시신경 등 중추신경계에 발생하는 자가면역 질환은 ‘다발성경화증’이라 한다. 몸의 면역체계가 자기 신경을 적으로 착각해 공격하면서 생기는 병으로, 공격 과정에서 신경이 손상되고, 다양한 신체 증상과 장애를 일으키게 된다. 다발성경화증은 주로 20~40세 젊은층에서 많이 발생하며,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더 많이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다발성경화증은 다른 자가면역 질환과 마찬가지로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인에게서 비교적 흔하고 아시아인이나 흑인에게서는 유병률이 낮은 경향을 보인다.
특히, 위도 45~60도 지역에서 발병률이 높은 경향을 보이는데 적은 일조량과 이로 인해 낮아지는 비타민D 수치가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의료계에서는 청소년기 비만, 흡연, 과도한 음주 등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발성경화증의 증상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중에서도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은 팔이나 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감각이 둔해지는 것과 시야가 흐릿해지는 시야장애 증상이다.
또한 뇌와 척수, 시신경과 같은 중추신경계가 영향을 받기 때문에 척수염이나 시신경염 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걸음걸이가 이상해지거나 사물 등이 2개로 보이는 복시, 안면 근육 마비, 실어증과 같은 증상도 보일 수 있다.
대부분의 다발성경화증 환자들이 피로감을 느끼고, 인지 기능 저하, 우울감, 수면장애를 경험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다발성경화증은 증상의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며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환자들은 처음에는 증상이 회복하는 양상을 보이다가 재발이 반복적으로 지속되며 신경 손상이 누적돼 실명 등 영구적인 장애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신경 관련 질환 중에는 다발성경화증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질환이 많기 때문에 정확한 감별 진단이 중요하다. 따라서 신경과 전문의에 의한 병력 청취, 신경학적 검사, 뇌 MRI, 뇌척수액검사, 유발전위검사, 혈액검사 등을 종합해 다른 질환들과 감별해야 한다.
다발성경화증의 완치는 어렵다. 하지만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를 받으면 충분히 관리하면서 일상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
치료는 크게 급성기 치료와 질병조절치료로 나눈다. 증상이 심해지는 급성기에는 악화를 막기 위해 단기간 고용량 스테로이드 치료를 할 수 있다. 스테로이드 치료에 반응이 없으면 혈액 속 질병 유발 성분을 제거하고 신선동결혈장이나 알부민으로 대체하는 ‘혈장교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질병조절치료는 재발의 빈도를 줄이고 신경학적 장애의 진행을 지연시키는 것이 목표로, 주사제와 경구제 등 다양한 치료제를 투여해 이뤄진다.
백설희 고려대안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최근 다발성경화증 관련 치료제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보다 나은 치료 환경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다발성경화증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질환이 많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의의 진료를 통해 정확한 진단과 가장 적합한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I기자 요약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