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청년, 재고립 막는 ‘지속 지원’ 필요
“기다림의 지원”이 필요한 이유
‘모멘텀’, 자립 향한 첫걸음
작은 목표가 만든 큰 변화
고립·은둔청년(이하 위기청년)의 자립이행은 ‘재고립’으로 돌아가는 것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주변에 조력자가 없는 위기청년들은 지원사업이 중단되면 기존 생활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많은 공공·민간 지원사업들이 초기발굴과 상담에 집중하거나, 앞 단계를 건너뛰고 취업 연계에만 집중해 부작용을 겪었다.
위기청년들에게는 이렇듯 분절된 단기간의 지원이 아닌, 고립에서 벗어나 관계를 맺고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찾아가는 단계를 지켜보는 ‘기다림’이 필요하다. 중부일보는 긴 호흡으로 자립을 향해 나아가는 위기청년들의 곁에서 이들의 변화과정을 함께 하고자 한다.
“건강을 위해 매일 산책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꾸준히 하다 보니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기고 예전보다 체력도 좋아져서 미술작업도 열심히 하게 됐습니다.”
지난 6월부터 ‘모멘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송가영(가명·28) 씨는 앞서 세운 자기 계발 목표 달성을 위해 차근차근 노력하고 있다며 이 같은 소감을 말했다.
중부일보와 사회적협동조합 일하는학교가 고립에서 벗어나, 자립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청년들과 함께 여정을 시작한 신체활동 기반 지속성장 지원사업인 ‘모멘텀’.
가영 씨를 비롯한 15명의 참여 청년들은 성취 경험을 통해 지속적인 자립준비의 기반을 형성하고자 저마다 책 읽기, 집안일 돕기, 디자인 연습하기, 아르바이트에 적응하기, 구직활동 하기 등 일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방향을 정했다.
이처럼 청년들이 다시 사회로 발걸음하기 위해서는 고립·은둔 상태와 개인의 욕구에 따라 자기 회복부터 관계 회복, 일 경험과 사회복귀 등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
한국사회보건연구원이 2023년 실시한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 연구’ 결과를 보면, 조사에 참여한 고립·은둔 청년(8천435명) 가운데 고도 고립 청년 82.8%(1천212명), 은둔 청년 82.2%(3천936명), 고립 청년 76.3%(2천875명)가 “현재 생활을 벗어나고 싶다고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고립·은둔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일이나 공부를 시작했다는 응답률이 45.4%로 가장 많고, 취미활동이 35.6%를 기록했다. 이어 병원에서 진단이나 치료(16.3%) 또는 심리상담(15.5%)을 받았다는 답변이 이어졌다.
또한, 가족이나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7.9%)거나 관련 지원기관의 도움을 받은 경우(6.6%),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과 만남(5.5%) 등 청년들이 일상 회복을 위해 다양하게 활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경제적 지원을 비롯해 취업 및 일 경험, 교육과 학습, 전문가에 의한 상담 및 치료 등 종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4회기 활동에서 만난 모멘텀 청년들은 스스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토대로 매달 1회 이상의 개인별 상담을 통해 목표를 점검하고, 신체활동 소모임에 참여하면서 구성원들과 유대관계를 쌓고 심리정서적 기반을 다지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각자 자신만의 동기 이유를 찾고, 목표 비전보드에 혼자서도 쉽게 할 수 있는 활동 목록을 써내려가며 서로서로 ‘할 수 있다’는 응원을 건네기도 했다.
6월부터 이달까지 일하는학교가 위치한 성남시의 탄천 일대에서 러닝은 물론 자전거 기초연습과 라이딩, 실내스포츠인 볼링·클라이밍 등 운동도 하고, 함께 영화도 보면서 다채로운 경험을 쌓는 시간도 가졌다.
1년 이상 고립·은둔한 경험을 가진 이들은 자신과 약속한 목표를 한결같이 끈기 있게 계속해 오며 날마다 조금씩 성장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한 청년은 “자전거와 러닝모임에서 운동하면서 기초체력을 조금씩 쌓았다”며 “몸도 마음도 더욱 건강해진 느낌이고 지금 하고있는 카페 파트타임 근무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산책과 뒷산 트래킹을 즐겨했다는 이영미(가명·35) 씨는 “지난해에 비해 자기 계발 활동이 크게 늘어났고, 주위 사람들과 의사소통도 활발해졌다. 좋지 않았던 건강을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청년들이 일상 속에서 하나씩 성취를 경험하며 지낼 수 있도록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이정현 일하는학교 이사장은 “작은 성취의 반복이 곧 자립이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상담이나 교육에 비해 운동모임에 대한 청년들의 부담감이 비교적 적어 참여율이 높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특히, 혼자 집에서 지내면서 라면이나 즉석식품으로 끼니를 해결하던 청년들도 운동모임에서는 활동 후 같이 간식이나 밥을 먹으며 균형 잡힌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하게 꼽았다.
이 이사장은 이 과정에서 참여 청년들이 평소 일반적인 교육이나 상담시간에는 털어놓지 않았던 고민이나 생활환경도 자연스레 이야기하고 표현한다는 점 또한 모멘텀과 같은 지원이 필요한 이유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운동모임을 진행하지 않았던 작년에 비해 이번 활동에서 청년들이 담당교사와 자주 소통하고, 또래 청년들과 관계 맺고 친분을 쌓으면서 적극적이고 주관적으로 생활, 행동하는 모습이 늘었다는 게 큰 효과”라고 설명했다.
어느덧 5개월째 모멘텀 활동을 하면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청년들은 각자의 속도와 방향에 맞춰 조금씩 ‘괜찮은 하루’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신연경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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