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추석 선물입니다. 보는 동안 계속 눈물이 났어요.”, “덕분에 온 가족이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죽기 전까지 올 해 추석은 잊지 못할 겁니다.”
KBS가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기획한 조용필의 무대가 연휴 내내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두 번의 티켓팅은 각각 5만 명이 넘는 대기 인원 속에서 3분 만에 매진됐다. 티켓팅에 실패한 이들을 위한 사연 공모에는 7천여 건의 사연이 쏟아졌고, 방송 시청률은 추석 연휴 지상파·종편·케이블을 통틀어 전체 1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유튜브 급상승 검색 주제에도 ‘조용필’이 올랐고, 연휴 마지막날까지도 높은 관심이 이어졌다.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은 다 함께 응원봉을 흔들며 노래를 따라 부르고 어깨를 들썩였다. 3시간의 긴 공연 내내 그들의 얼굴에는 ‘우리 시대에도 멋진 음악과 위대한 뮤지션이 있다’는 자부심과 애정이 묻어났다. 머리가 희끗한 노년층부터 아이 손을 잡은 부모,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MZ세대까지, 어떤 구별도 없이 한 호흡으로 어우러졌다. 그 흔한 휴대폰 촬영조차 없이 오직 무대에만 집중하는 관객들과 유일무이한 ‘가왕’이 만들어낸 완벽한 하모니. 어느 유명 정치인도 이루지 못한 ‘국민 대통합의 장’이었다.
이런 조용필에 대한 국민적 사랑은 부단한 노력과 지독한 연습, 그리고 시대와 함께하려는 그의 진화 의지에서 비롯된 필연적인 결과다. 1968년 ‘김트리오’로 데뷔한 이래 그는 57년 동안 끊임없이 도전했고 변화를 시도했다.
사운드가 빈약하고 음악 산업 기반이 취약하던 1980년대, ‘고추잠자리’, ‘단발머리’, ‘킬리만자로의 표범’, ‘모나리자’ 등 혁신적인 음악을 선보이며 한국 대중음악의 지평을 넓혔다. 너무 오랫동안 1위를 차지하자 방송사가 가요차트 규칙을 바꿀 정도였다. 1990년대에는 ‘꿈’, ‘바람의 노래’ 등 깊고 풍성한 사운드로 음악적 스펙트럼을 확장했고 2000년대 들어서는 ‘태양의 눈’, ‘바운스’ 등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곡으로 다시 한번 변신을 감행했다.
이런 노력은 아이돌이 대세이던 시대에 음원차트와 음악방송 정상 석권이라는 세대를 초월한 저력으로 증명됐다. 록과 발라드, 트로트와 국악, 오페라까지, 자기만의 음악에 안주하지 않고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계속해서 새로움을 추구해온 것이 전 세대를 아우르는 음악으로 이어진 것이다.
특히 그는 한국 대중음악의 해외 진출에도 선구자였다. 1980년 일본 무도관 공연을 시작으로 아시아 각국을 순회하며 K-POP의 길을 열었다. 지금 BTS와 블랙핑크가 세계 무대를 누비고 있다면, 그 시작점에는 조용필이 있었다.
아직도 그는 노래 연습을 한다. KBS와의 인터뷰에서 조용필은 “목소리는 노래 안 하면 늙는다.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 무대 올라가기 전에 연습을 정말 세게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번 추석 공연을 위해서도 본 무대와 같은 규모로 10번이나 리허설을 진행하고 개인 연습실에서 다시 또 연습을 반복했다. 그 덕분에 요즘 많은 가수들이 사용하는 MR이나 AR 등의 도움도 없이 75세 나이에 28곡을 완벽한 라이브로 열창했다. 대단하다는 말밖에 다른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지난해에는 20번째 정규 앨범을 발표하며 음악에 대한 식지 않는 열정을 보였다. 흘러간 예전 노래로 향수만 자극하는 게 아니라 지금도 새로운 곡을 만들어내는 현재 진행형 아티스트인 것이다.
무엇보다 인터뷰 말미에 그가 전한 다짐이 가슴을 울렸다. “앞으로도 신인처럼 열심히 하겠습니다!” 반세기 넘게 최고의 자리를 지켜온 아티스트가, 그것도 칠십 중반을 넘긴 사람이 ‘신인처럼’을 외친다는 것. 그 겸손과 열정에 전율이 흘렀다. “이쯤하면 됐지”, “그 정도면 충분하지” 하던 안일한 마음에 ‘처음의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일깨웠다.
75세에도 신인처럼 노력하고 시대와 호흡하며 끊임없이 자신을 발전시키는 모습. 그것이 57년 현역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다. 급변하는 시대, 미래를 불안해하는 이들에게 그가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도전하라. 진화하라. 그리고 신인처럼 열심히 하라.” 추석 연휴 75세 가왕의 무대가 큰 울림으로 남는 이유다.
민병수 디지털뉴스부 부국장



AI기자 요약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