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도내 일부 농가에서 신기술과 고소득을 앞세운 신종 계약재배로 인해 피해를 봤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일명 ‘서리이끼’로 불리는 ‘탄소꽃이끼’ 재배에 뛰어들었다가 오히려 큰 손실을 보게 됐다는 것이다. 반면, 해당 업체에선 “계약 자체가 그냥 없어져도 되는 계약”이라며, “수매를 하기로 한 회사가 농사를 지어주는 건 아니지 않냐”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에 중부일보는 이번 사태의 전말을 살펴봄으로써 향후 야기될 지도 모를 제2·제3의 피해 예방에 기여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장밋빛 희망을 안고 시작된 ‘탄소꽃이끼’ 사업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건, 업체 소속 전문가들이 현장을 떠나면서부터였다는 게 농장주들의 주장이다.

계약 당시 재배부지 및 시설관리는 농장이 담당하고, 업체가 재배 기술지도를 해주는 것이 조건이었는데, 이들 전문가의 갑작스런 이직으로 인해 피해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최근 ‘탄소꽃이끼’ 계약 재배에 뛰어들었다가 큰 손실을 보게 됐다고 주장하는 안산의 한 농장 모습. 임채운기자
최근 ‘탄소꽃이끼’ 계약 재배에 뛰어들었다가 큰 손실을 보게 됐다고 주장하는 안산의 한 농장 모습. 임채운기자

10일 중부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안산의 D영농조합법인은 지난 2023년 9월 P업체와 탄소꽃이끼 위탁 계약재배 약정을 체결, 이끼 재배를 시작했으나 종자의 생육 불량으로 인해 여러 차례 시설 개선 및 추가 파종을 실시했다.

또, 2024년 6월 2차 계약 체결을 통해 농장이 성토작성 및 토목공사와 기타 재배시설을 조성하고, 업체는 종자 및 인건비 일부와 재배 방법에 대한 기술을 전수해 주기로 했다.

그러던 중, 2024년 7월께 검은썩음곰팡이 병이 발생해 업체 측에 대책 마련을 요청했으나 약제 처리 등 기술지도가 이행되지 않았고, 이는 같은 해 5월께 전문가인 A씨가 퇴사했기 때문이라는 게 D조합의 주장이다.

D영농조합법인 대표는 “파종 후 병든 이끼 사진을 보내면서 문제점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는데 40일이 넘도록 농장 방문이나 기술지도 관리 등 해결책 없이 방치했다”며 “2회에 걸친 대표 면담도 거절돼 할 수 없이 직접 농업기술센터 등을 통해 약제 처방 등 노력을 기울였으나 병해가 개선되지 않아 많은 손실을 입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상품성이 없는 ‘깃털이끼’가 섞인 종자를 공급해놓고, 문제가 되자 ‘농장 주변의 환경 때문’이라며 농가 탓으로 돌리고 있다”면서 “계약 의무인 기술지도사 전문가가 없는 관계로 농장이 실험실이 되어 피해가 가중됐다”고 주장했다.
 

최근 ‘탄소꽃이끼’ 계약 재배에 뛰어들었다가 큰 손실을 보게 됐다고 주장하는 안산의 한 농장 모습. 임채운기자
최근 ‘탄소꽃이끼’ 계약 재배에 뛰어들었다가 큰 손실을 보게 됐다고 주장하는 안산의 한 농장 모습. 임채운기자

반면, P업체 측은 “말을 안 들어서 농사를 망쳤는데, 농장에 들어오지도 못하게 했다”며 “(회사로 보낸)내용증명에 대해서도 답변을 명확하게 하라고 몇 번을 보냈는데 답이 없는 상태”라고 일축했다.

이어 “농민들이 이끼를 키우다가 곰팡이 나거나 고열 혹은 물의 문제로 죽었을 때, 그걸 조치하고 관리하는 건 농민의 책임 아니겠냐”며 “여러 가지 조언을 해준 것에 대해 듣지도 않고, 기술지도를 안 해줘서 망했다는 등 본인이 망친 걸 우리한테 덮어씌우고 있는데, 계속 이렇게 당해야 되냐”고 반문했다.

한편, 농업연구사로 20년 넘게 근무하다가 명예퇴직한 이모 씨는 지난 8월 D영농조합법인의 농장 1, 2구역을 모니터링 한 결과, 문제점들이 발견됐다는 소견서를 작성했다.

그는 “추가 파종 부분은 매트 하단부에 황마를 깔은 다음 상토흙을 넣고 상부에 종자 파종 후 상토흙을 덮었는데, 이 부분은 과습으로 인한 병을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며 “하루 빨리 하단에 있는 황마와 상토흙을 제거하는 것이 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신규 파종에 있어선 서리이끼 종자에 타 종자인 깃털이끼가 섞여 성장하고 있는데, 농장주의 이끼모판 건조 등 노력으로 많이 소멸되기는 했으나 완전히 제거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2024년 5월 상토흙에 파종한 이끼 부분은 포기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는 판단을 내놨다.

강소하·신연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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