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은둔 청년 해마다 증가 추세
전국 52만명 중 경기도 비중 커
결혼적령기 35~39세 비중도 급증
생애 중요 전환기 넘어야 할 시기
노동 상실·복지비용 증가 등 문제
자립 등 돕는 장기 프로그램 필요
본보-일하는학교 공동 기획 추진
고립·은둔청년(이하 위기청년)의 자립이행은 ‘재고립’으로 돌아가는 것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주변에 조력자가 없는 위기청년들은 지원사업이 중단되면 기존 생활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많은 공공·민간 지원사업들이 초기발굴과 상담에 집중하거나, 앞 단계를 건너뛰고 취업 연계에만 집중해 부작용을 겪었다.
위기청년들에게는 이렇듯 분절된 단기간의 지원이 아닌, 고립에서 벗어나 관계를 맺고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찾아가는 단계를 지켜보는 ‘기다림’이 필요하다. 중부일보는 긴 호흡으로 자립을 향해 나아가는 위기청년들의 곁에서 이들의 변화과정을 함께 하고자 한다.
"방 밖으로 나가고 싶어도,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일자리도 없고 친구도 없으니까요."
수원에 거주하는 김정훈(가명·32)씨는 2년 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뒤 집안에만 머물고 있다. 자연스럽게 사람들과의 관계가 끊어졌고 우울감과 무력감은 점점 깊어졌다. 이제는 혼자 집 밖을 나서는 것조차 두렵다. 사회와의 접점이 끊긴 채 세상과의 단절된 삶에 익숙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정훈 씨와 같은 상황에 놓인 ‘고립·은둔 청년’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고립은 동거하는 가족이나 업무상 접촉 외에는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가 없고, 어려운 상황에서 도움을 받을 수도 없는 상태를 말한다. 은둔은 제한된 공간에 스스로를 가두고 사회활동이 단절된 상태를 뜻한다.
2023년과 2024년 정부 발표에 의하면 전국적으로 52만 명 정도가 이 같은 사회적 고립과 은둔에 처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중부일보 전략콘텐츠팀은 경기도 고립·은둔청년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경기복지재단이 내놓은 ‘2024 경기도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를 살펴봤다. 이에 따르면 2023년 경기도 청년(만19~39세) 중 사회적 관계망이 거의 단절된 ‘고립 청년’은 5.9%, 은둔 상태인 청년은 3.3%다. 각각 전국 평균인 5.4%, 2.4%보다 높았다.
2023년 경기도 청년 인구가 369만여 명이었던 것에 비춰보면 같은 해 경기도 고립 청년은 약 21만여 명, 은둔 청년은 약 12만여 명이다. 경기도는 고립·은둔 ‘위기 지역’인 것이다.
더구나 경기도 고립 청년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는 3.9% 정도였지만 2021년에는 6.4%로 급증했고 2023년에는 5.9%가 고립 청년으로 파악됐다. 특히 35~39세 연령대는 2019년 4.4%에서 2023년 9.2%로, 두 배 넘게 급등했다.
취업과 결혼, 독립 등 삶의 중요한 전환기를 넘어야 할 이들이 사회적 단절 상태에 빠지면서 노동력 상실, 복지 비용 증가, 정신건강 문제 등 장기적인 사회 문제로 고착화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경기도의회 고립·은둔 보듬 정책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재훈 의원(국민의힘·안양 4)은 "경기도는 청년 인구도, 고립·은둔 청년도 전국에서 가장 많은 지역이지만, 아직까지 정책적 대응은 충분하지 않다"며 "고립의 장기화나 재고립 문제를 줄이기 위해 맞춤형 일자리 제공, 전문가 양성, 자조모임 등 촘촘한 복지망 확충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강찬구·김민아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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