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동안 이어진 중부일보 경기도 전통사찰 기획연재에서는 사찰을 중심으로, 사찰이 보유하고 있는 문화유산과 사찰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행사들을 조명했다.
특히 각 사찰과 문화재들에 얽힌 다양한 역사 이야기들을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독자들이 그 이야기를 통해 보다 즐거운 사찰 탐방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데 집중했다.
한 해 동안 연재를 이어온 주수완 우석대 경영학부 교수, 박찬희 박찬희박물관연구소 소장, 김지영 헤리티지포올 대표, 유승혜 여행작가 등 4명의 필진들과 함께 올해 연재에 대한 총평과 다음 연재의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올 한 해의 연재에 대해 총평을 한다면
박찬희 소장="작년 연재와 비교해서 올해는 주제가 명확했기 때문에 더 다이나믹했던 것 같다. 사찰의 문화유산도 있지만 행사들하고 같이 연결을 해보니 사찰 자체가 좀 입체적으로 보였다. 연재를 하면서 사람들에게 다가갈 면들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사찰 관계자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여러 이야기들을 구체적으로 알고 또 전해드릴 수 있어서 기억에 많이 남는 다."
김지영 대표="축제라는 주제가 주어졌는데, 실제로는 취재했던 사찰들에 대한 축제 정보를 가지고 갔는데도 다양한 이유로 취소되거나 연기된 경우가 많았다. 주지스님이 바뀌거나, 예산 문제가 발생하는 등 다양한 이유로 여러 사찰 축제들이 지속되지 못하는 점이 안타까웠다. 내년에 다시 연재를 한다면 어떤 주제를 잡아야 제일 풍성하게 내용들을 담아낼 수 있을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유승혜 작가="나는 반대로 취재 시기가 잘 맞아 떨어져서 즐겁게 취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유난히 이번 연재를 진행하면서 절밥을 많이 먹었다. 불교에서 항상 걱정하는 게 신도 수가 점점 줄고 고령화된다는 것인데, 사찰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이벤트들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수록 불교 문화적인 측면에서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수완 교수="올해 연재에서는 사람들의 삶이나 사찰의 행사 등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훨씬 더 깊이 있게 연재했던 것 같다.그리고 최근에는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것뿐만 아니라 활용방안이 큰 화두다. 그래서 문화유산을 활용한 여러가지 행사를 하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어서 좋았다. 다만 사찰마다 비슷비슷한 행사들이 많아서 각 사찰별 맞춤형 콘텐츠를 어떻게 개발할 수 있을지 고민할 필요를 느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찰이 있다면?
박찬희 소장="양주 회암사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회암사지 사리 귀환식을 볼 수 있었는데, 수많은 불자들이 사리를 친견하기 위해 모인 모습을 보고 절터 자체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날 하루종일 그곳에 있었는데, 저녁이 되자 많은 시민들이 가족과 함께 찾아와 잔디밭에서 노는 모습을 봤다. 그 모습을 보며 절터가 그냥 비어 있는 장소가 아니라 시민들이 숨쉴 수 있는 곳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인상적이었다."
김지영 대표="가장 최근에 다녀온 양평 용문사가 기억에 남는다. 천년 은행나무가 있는데, 시기가 조금 늦어 은행잎이 조금 떨어진 것이 아쉬웠지만 거대한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든 모습이 정말 장관이었다. 은행나무 대제가 열리는 봄에 갔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유승혜 작가="부처님 오신 날에 갔던 남양주 봉선사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사찰 밖 2~3㎞부터 차가 많이 막혀서 고생했지만, 부처님 오신 날 법회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또 이천 감은사도 인상적이었다. 사찰 음식 대향연에 참여했는데, 사찰 음식 명장 스님이 손수 준비하신 음식들을 먹어 볼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다."
주수완 교수="다녀온 모든 사찰이 인상적이었지만, 그중에서도 용인 법륜사를 꼽고 싶다. 화강암으로 화려하게 지은 건물은 사실 내 취향은 아니었는데, 직접 가서 보니 후대에 21세기 한국 불교 미술을 논할 때 꼭 언급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멋진 느낌을 받았다. 또 기도회가 열리는데 각 전각마다 신도분들이 앉아 기도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내년 연재의 방향은 어떻게 잡아야 할까?
박찬희 소장="앞서 주 교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사찰에 대중과 만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많다. 대부분 비슷한 내용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지만, 그중에서도 개성있는 프로그램을 가진 곳이 분명히 있을 것 같다. 그런 절들을 찾아서 직접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고, 소개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예전에 다녀온 어떤 절에서는 대웅전 앞마당 잔디밭에서 밤하늘 별을 보는 프로그램을 했다고 한다. 그런 식의 종교적 색채가 옅어도 사찰이 대중과 만날 수 있는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연재를 하면 좋을 것 같다."
유승혜 작가="최근에 사람들, 특히 중장년층에서는 ‘쉼’에 대한 욕구가 매우 크다. 절이라는 곳을 떠올리면 보통 ‘마음을 차분히 내려놓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년 연재에서는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곳이라는 부분에 포커스를 맞춰서 진행하면 어떨까 한다. 거기에 더해서 ‘스님과의 대화’라는 느낌으로 절에 계신 스님들과의 인터뷰를 같이 싣는다면 독자들도 조금 더 쉽게 읽을 수 있고, 호기심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주수완 교수="‘사찰 사용법’이라는 느낌으로, 그 사찰에 가서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소개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또 실현이 어려울지는 모르겠지만 백종원 대표가 식당 카운셀링을 해주듯이 필진들이 조를 짜서 사찰을 방문해 취재한 다음, 각 사찰에 맞는 프로그램을 제안드리는 방식도 생각해 봤다. 장기적인 계획으로 검토해보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사찰에 가보면 발길이 많이 닿지는 않지만 스님 영정을 모셔둔 곳이 있다. 그 영정에 대해 찾아보면 대단한 스님의 영정인 경우가 많다. 그런 스님들의 발자취를 찾아가는 느낌으로 연재를 한다던지, 스토리 텔링이 될 수 있는 전설 등을 찾아보는 것도 생각해 볼만 하다."
◇또 다른 의견이 있다면
김지영 대표="연재가 이어지면서 우리가 다루는 사찰들이 좀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 이미 소개됐던 곳들 외에 조금 규모가 작더라도 다양한 사찰들을 소개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지금까지 소개했던 곳들이 콘텐츠도 풍부하긴 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곳들을 소개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박찬희 소장="앞서 말씀하셨던 ‘사찰 사용법’이 계속 떠오르는 데, 만약에 어떤 절에 간다고 했을 때 이 절의 매력 포인트는 무엇이고, 가면 어떻게 보면 좋을지 등에 대해 포인트를 좀 잡아서 구성하면 독자들에게 좀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문화유산이 정말 볼 만한 게 있는 데가 있을 테고, 절밥이 정말 맛있는 곳, 풍경이 좋은 곳 등의 관점으로 구성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유승혜 작가="보통 절이나 스님에 대한 이미지는 고결한 느낌이지만, 취재를 하다보면 오히려 더 사람 냄새가 나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다. 종교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나 스스로가 부덕하고 수행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더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연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내년에는 사진 외에도 인포그래픽과 같은 이미지를 써서 더 다채롭게 꾸몄으면 좋겠다."
주수완 교수="다른 필진 여러분의 글들을 읽으면서 각자의 다른 색깔이 잘느껴졌던 연재였다. 필진 모두가 서로에게 새로운 영감과 지식을 공유한다는 느낌이 가장 좋았던 연재였다고 생각한다. 취재를 가면 내 소개를 하는 것이 복잡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예를 들어 명예기자 같은 명함을 하나 만들 수 있으면 도움이 될 것 같다. 또 기사가 나오고 나면, 대상 사찰에게 신문을 전달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 이왕 써낸 글을 더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임창희기자·사진=이준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