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뜨고 지는
낯익은 사람과 오랜 습관처럼
천사의 눈물 섞어 고혹한 일상이다

이른 저녁,
혀끝에 보름달로 차올라
설레는 맘으로 밤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식은 싸늘한 새벽
그믐달이 기우는 그 짧은 한철에
비로소 사랑할 줄 안다는 가슴 한켠에서
붉게 피어나던 어여쁜 꽃들이
눈부신 푸른 여름을 덧입고 있었다

성낼 것도 없는 파도가
일어서고 쓰러지는 수많은 날들을 지나
노을 비끼는 강물이 서로를 재촉하며
돌아 올 기약없이 먼 해류로
조용히 흘러가고

소소한 유혹의 몸 볶아내린
텅 빈 거리를 이 마음 거처 없이 배회하며
누구의 가슴으로 커피 한잔을 데워먹을지
문득, 날짜를 헤아려보노라면
이미 바스라져
과립이 된 짙은 꽃들이 커피잔에서
갈색 기억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손은교 시인

수상 ‘해동문학본상’ 외 다수
시집 ‘ㅡ25詩의 노래’ 외 다수
국제 PEN 한국본부이사, 한국문인협회 복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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