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김 경매 10만 원 못 미치는데
1망 23만1천500원 최고가 낙찰
서해 3~13℃ 낮은 수온 유지돼
식감·육질·향 경쟁력 우수 불구
지역 내 공장 없어 타지 김과 혼합
어민들 "최적환경서 자란 경기 김
프리미엄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

20일 오전 화성시 궁평항 인근 김 양식장에서 어민들이 김을 수확하고 있다. 임채운기자
20일 오전 화성시 궁평항 인근 김 양식장에서 어민들이 김을 수확하고 있다. 임채운기자

“이야, 김 색깔 잘 나왔네. 풍년입니다!”

20일 오전 9시께 찾은 화성시 서신면 국가어항 궁평항 앞바다. 이곳에서 김 양식업을 하는 30대 청년 어민 박종민(가명)씨는 김을 수확하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커다란 채취선이 직사각 형태의 망을 들어 올리면서 전진하고, 어망이 선박 위의 채취기를 거치며 짙은 초록빛을 띈 김이 수확된다.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초록색을 띨수록 좋은 품질의 김으로 평가받는다. 이날 수확된 김들은 물속에서부터 확실한 검은빛을 머금고 있었다. 어망을 끌어올리자 김 엽체의 윤기가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이며 그 품질을 더욱 뽐냈다.

우수한 품질과 브랜드 가치에도 불구하고 ‘100% 경기도 김’ 상품화가 여러 현실적인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일 오전 화성시 서신면 궁평항 인근 김 양식장에서 어민들이 김을 수확하고 있다. 임채운기자
우수한 품질과 브랜드 가치에도 불구하고 ‘100% 경기도 김’ 상품화가 여러 현실적인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일 오전 화성시 서신면 궁평항 인근 김 양식장에서 어민들이 김을 수확하고 있다. 임채운기자

본격적인 김 수확기가 시작되는 시기인 11월 말 1천400㏊에 이르는 이곳 화성 궁평항 어촌계는 쉬는 양식장 없이 최상급 품질을 자랑하는 김을 바쁘게 수확하고 있었다.

수확 김은 당일 경매를 통해 중개상 등에게 팔린다. 충남에서 김 공장을 운영하는 강호윤(가명)씨는 경매장에서 경매용 단말기에 바쁘게 숫자를 입력했다.

경매 참가자들은 바구니에 담긴 갓 수확된 견본 물김을 만져보고, 냄새를 맡고, 맛보는 등 오감을 총동원해 좋은 김을 선별하는 데 열을 올렸다. 최근 김이 전세계적인 K-푸드 열풍에 힘입어 수출효자 상품이 되면서 첫 거래인 경매에서부터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펼쳐졌다.

이날 가장 높은 낙찰가를 기록한 김은 1망(120㎏)당 23만1천500원에 거래됐다. 남해 김의 평균 낙찰가가 1망당 10만 원을 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기도 김의 품질이 최상급 제품임을 증명한 셈이다.

20일 오전 화성시 궁평항 인근 김 양식장에서 어민들이 김을 수확하고 있다. 임채운기자
20일 오전 화성시 궁평항 인근 김 양식장에서 어민들이 김을 수확하고 있다. 임채운기자

경기도의 김이 우수한 이유로는 수온 변화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다. 10월부터 4월께까지 수확이 이뤄지는 물김은 바다가 추울수록 잘 자란다. 기후 변화로 최근 수온이 급상승한 남해와 달리, 서해는 3~13℃의 낮은 수온이 비교적 잘 유지돼 더 뛰어난 식감과 육질, 좋은 향을 머금은 김이 자라기 적합하다.

그럼에도 경기도 김은 우수한 품질에도 불구하고 지역 내 공장이 없는 이유 등으로 타 지역의 김과 섞여 가공되는 처지다. 식탁에 오르는 대부분의 조미김은 70~90%의 남해 김과 10~30%의 경기도(서해) 김을 배합해서 만들어진다.

청년 어민 A씨는 “좋은 가격을 받았으니 다행이다”면서도 “언젠가는 우리 화성 김만을 재료로 하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정승만 경기수협 조합장은 “우리 경기도 김이 타지역 김과 섞여 타지역 상표로 나가는 데 대한 어민들의 아쉬움에 공감한다”며 “최적의 환경에서 자라 우수한 맛과 향을 가진 경기도 김은 충분히 독자적 브랜드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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