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부모님께서 생전에 재산을 특정 자녀에게만 물려주거나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유언을 남겼다면, 남은 가족들의 생계는 어떻게 될까? 고인의 유언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이로 인해 남은 가족의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 민법은 유류분(遺留分) 제도라는 법적 안전장치를 마련해두고 있다.

유류분이란 피상속인(망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법이 정한 일정 범위의 상속인에게 보장되는 최소한의 상속 지분을 의미한다. 이는 피상속인의 재산 처분의 자유를 일부 제한하더라도, 유족의 생존권을 보호하고 상속재산 형성에 기여했을 가족 구성원의 기대를 보장하려는 사회적 합의의 산물인 것이다. 이 제도는 1977년 남녀평등 등의 가치에 입각하여 입법되었고, 최근 2024년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같이 유류분 제도는 변화하는 사회상과 가족관을 반영하여 변화하고 있다.

유류분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자는 법에 규정되어 있다.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배우자, 직계존속이 이에 해당한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2024년 4월 25일 피상속인의 형제자매에게 유류분권을 인정하는 민법 1112조 4호 규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형제자매는 상속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나 상속에 대한 기대가 다른 상속인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점이 주요 근거였고, 이로써 이제 형제자매는 유류분을 주장할 수 없게 되었다.

유류분 비율은 각 상속인이 본래 받을 수 있었던 법정상속분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직계비속과 배우자는 법정상속분의 1/2를, 직계존속은 법정상속분의 1/3을 유류분으로 보장받는다. 특히 배우자는 자녀 등 다른 공동상속인보다 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도가 높다고 보아 법정상속분을 계산할 때 50%를 가산하여 더 두텁게 보호한다.

유류분 청구시 가장 치열한 부분은 유류분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재산의 범위를 확정하는 과정이다. 기초재산은 ‘사망 시 적극재산’ + ‘생전 증여재산’ - ‘상속 채무’의 공식으로 계산되는데, 특히 생전 증여재산의 포함 범위가 중요하다. 공동상속인에게 증여한 재산(특별수익)은 증여 시점과 관계없이, 즉 10년 전이든 30년 전이든 모두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 포함된다. 반면 상속인이 아닌 제3자에게 한 증여는 원칙적으로 사망 전 1년간 이루어진 것만 포함한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증여한 재산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 시점인데, 법원은 증여 당시의 가치가 아닌 상속 개시일(사망일)의 시가를 기준으로 가치를 평가한다. 즉, 특정 자녀에게 증여한 부동산이 당시에는 1억 원이었다 하더라도, 사망 당시 시가가 20억 원이라면 유류분 계산의 기초가 되는 재산은 20억 원이 되는 것이다. 이는 피상속인의 증여 당시 의도와는 전혀 다른, 수증자에게 예상치 못한 거액의 반환 의무를 지우는 가치 평가의 시한폭탄이 될 수 있어 분쟁의 가장 큰 불씨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유류분 반환 청구를 계획하고 있을 경우 유념해야 할 것이 소멸시효이다. 유류분 반환은 상속의 개시와 반환하여야할 증여 또는 유증을 한 사실을 안 때로부터 1년 또는 상속이 개시한 때로부터 10년안에 청구해야 하는데, 위 두 기간 중 하나라도 먼저 경과하면 유류분 반환 청구권은 소멸시효의 도과로 소멸한다. 즉,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11년이 지난 후에야 형에게 모든 재산이 증여된 사실을 알게 되었을 경우에는, 비록 안 날로부터 1년이 지나지 않았다 하더라도 사망일로부터 10년이 지났기에 유류분 반환을 청구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아울러, 생전 증여 사실을 입증할 책임은 유류분 반환을 청구하는 자에게 있다. 따라서 막연한 주장이 아닌, 부동산 등기부등본, 금융거래내역 등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증여 사실에 대한 꼼꼼한 입증이 필요하다.

유류분 제도는 복잡하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특히 소멸시효, 재산가치 평가 시점, 입증 책임 등 일반인이 홀로 대응하기 어려운 쟁점이 많다. 상속 분쟁에서 시간은 결코 우리 편이 되어주지 않는다. 만약 자신의 정당한 상속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생각된다면, 주저하지 말고 신속하게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여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지키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김경현 법무법인 케이디앤파트너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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