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산업센터의 공실 사태가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수도권 곳곳에 우후죽순처럼 들어선 이른바 ‘아파트형 공장’들이 빈공간으로 방치되면서 지방자치단체와 중소기업, 투자자들이 깊은 상처를 입고 있다. 한때 혁신산업 육성과 중소기업 활성화를 위한 공간으로 주목받았던 지식산업센터가 이제는 시장의 왜곡과 정책의 실패를 상징하는 사례로 전락한 일이다. 경기도의회 자료에 따르면 도내 지식산업센터 595개 단지의 공실률은 전체의 약 15%에 달하며, 일부 지역은 70%를 넘어서고 있다. 이천·양주·오산 등은 심각한 공실 문제에 시달리고 있고, 잔금대출을 받지 못한 투자자들은 계약 포기나 입주 미루기를 선택하고 있다.
알다시피 이러한 지식산업센터는 애초 첨단 제조업이나 IT·스타트업의 혁신을 뒷받침할 목적으로 설계된 공간이었다. 서울 구로·성수 일대 성공 사례에 힘입어 전국적으로 확산 됐고, 심지어 아파트형 공장이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그러나 수요층을 넓히려는 기대 대신 제2의 분양권 시장으로 변질되면서 개인 투자자까지 몰려들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특히 문재인 정부 시기 신도시 개발과 저금리 환경이 맞물려 공급은 폭발적으로 증가 했지만 제조업·정보통신업 창업이 줄어드는 실물경제 흐름을 정확히 읽지 못했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대출이 막히자 분양계약자들은 잔금을 치르지 못하고, 시행사·시공사는 자금 경색에 시달리고 있다. 실사용자는 물론 임대도 안 되는 건물이 늘어나며 경매로 넘어가는 사례마저 확산되고 있다.
이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공급 조절 체계는 여전히 없어 보인다. 결국 금융권은 대출 문턱을 높이며 분양가의 70%를 지원해 주던 관행을 뒤로하고 현재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대출 가능 금액을 줄였다. 급증한 공실률과 낮아진 감정평가액이 금융기관의 위험 부담을 키운 탓이다. 문제의 근본 원인은 공급 확대에만 치중한 정책에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 시절 3기 신도시 개발과 맞물려 지식산업센터 공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당시 저금리와 맞물려 지식산업센터는 ‘제2의 분양권 시장’으로 각광 받았고, 실수요자보다는 투자자 중심의 분양이 이뤄졌다. 정작 이 공간들을 채울 제조업과 정보통신업 신생기업은 줄어들고 있는데 공급은 그 흐름을 고려하지 않았다.
이제는 단순히 업종 규제를 완화하고 입주 대상 범위를 넓히는 수준을 넘어선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 지식산업센터를 산업공간에서 벗어나 공유주거, 창업 플랫폼, 관광 숙박 시설 등 지역 특성에 맞는 복합공간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금융지원 또한 무분별한 대출이 아닌 실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산업 생태계와 긴밀히 연계된 공간으로 재설계하는 것이야말로 공실 위기를 극복하는 첫걸음이다. 공실이라는 눈앞의 위기만이 아니라 산업 미래를 고민하는 정책적 상상력이 요구되면서 정책의 방향을 다시 잡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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