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스포츠에는, 종목과 관계없이, 주기적으로 슬럼프도 오고, 때론 입스(Yips)도 찾아온다. 입스는 일종의 정신적 슬럼프인데, 더 정확하게 얘기하면, 정신적인 요인에 의한 근육 문제로 나타나는 증상이다.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성적이 안 나오거나 잘못된 동작이 되풀이되는데, 유명 스타급 선수들도 이런 어려움을 겪는 때가 있고, 이를 극복하려고 피나는 노력을 한다.
공통된 사실은 한번 뒤틀린 자세나 멘탈은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로 잡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왕도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이럴 땐, 일단 기본으로 다시 돌아가 체크하고, 다시 기본부터 연습해야 바로 잡을 수 있다고 한다.
골프의 경우, 드라이브, 퍼트, 어프로치 입스가 오거나, 아니면 깊은 슬럼프에 빠질 땐, 초보 시절에 지루하게 연습하던 그립 잡는 법, 어드레스 자세, 하프 스윙(소위 똑딱이 스윙) 등 기본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이름난 프로선수나 싱글 스코어를 내는 골퍼들도 어느 날 갑자기 스윙이 무너지고, 거리가 줄어들고, 볼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자꾸 나갈 때가 있다. 그럴 땐, 그립, 어드레스부터 점검하며 초보 때 연습하는 걸 다시 하는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의 상황과 정부가 내놓은 대책을 보면서도 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급상승하면서 주식시장에나 있는, 사이드브레이크에 해당하는, 역대급 초강세 대책을 내놓았다. 대출을 옥죄여서 매수 자체를 억제하겠다는 뜻인데, 주택 시장은 충격에 휩싸이고, 내 집 마련을 앞둔 수요자들은 아연실색하기에 이르렀다.
서울 전역과 경기도 일대를 광범위하게 규제 지역으로 지정했는데, 규제 외 지역으로 확산하는 풍선효과는 불 보듯 뻔하다. 무주택자에게까지 주택 시세 대비 주택담보대출 비율(LTV)을 40%로 낮추겠다는데, 이렇게 되면, 현금이 있는 사람들만 주택을 구매할 수 있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올 게 뻔하다.
삼세번이라는 말이 있다. 세 번의 진보 정권에 걸쳐서, 부동산 시장 규제 대책을 강력하게 쏟아부었지만, 효과는 없고 부작용만 더했다. 오히려 주택 가격은 더 오르고, 전월세 시장의 상황은 나빠졌다. 예측이 가능하도록 주택 공급을 꾸준히 늘려야 하는 게 기본인데도 불구하고, 과거와 비슷한 실수와 결과를 반복하는 듯싶다.
이번 대책으로, 그간 경험했던, 주거비 상승이라는 선물을 모든 국민이 받은 꼴이 됐다. 주택 가격이 상승하고, 전월세 시장이 악화하면서 대도시에서의 소득 대비 평균 주거비는 선진국 수준인 30%에 육박한다고 한다. 특히, 삶이 고달픈 젊은 세대에게는 엄청난 충격으로, 상실감과 불안감을 동시에 안겨다 주었는데, 최근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Z세대의 저항 운동으로 번지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다. 이들은 경제적 불공정과 기득권 계층의 부패와 부도덕성에 가장 예민하기 때문이다.
다음은 개인의 기본적 욕구를 거스르거나, 존중하지 않는 어떤 대책도 성공하기 어렵다는 평범한 사실이다. 살고(住), 먹고(食), 입는(衣) 거는 살아가는데 기본이 되는 필수 요소다. 집을 소유하는 건 개인의 행복추구권이기도 하다. 좀 더 넓고 환경이 좋은 집으로 옮겨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국가는 집을 사고, 넓혀가는 이들을 도와주고 지원해 주어야 하는데, 이번 대책은 이러한 논리에 정면으로 반한다.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선 시장의 힘과 흐름을 거스르는 강경한 규제정책으론 한계가 있고, 부작용만 키운다는 사실이다. 선진화된 자본주의 시장에선 정부가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게 정설에 가깝다. 시장의 수요와 공급, 가격의 조정을 존중하고. 이를 인위적으로 바꾸려는 규제를 최소화해야 시장이 안정된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지원하는 게 기본 상식이다.
이제는 중앙집권적 부동산 규제에서 지방분권적 부동산 대책으로 옮겨가야 한다. 부동산 시장은 하나가 아니다. 수많은 하위시장으로 층위가 나뉘어 있고, 상황과 특성도 다르다. 시장별 특성에 맞는 지역별 맞춤형 규제와 책임이 요구된다. 큰 틀에서 중앙정부는 민간 주택 시장에서 손을 떼고, 지방정부들이 지역 실정에 걸맞은 대책을 마련하여 운영하도록 도와주고 지원해 주어야 한다.
서충원 전 강남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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