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국은 ‘선거의 시간’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특히 중앙 정치의 향방과 차기 대권의 명운이 교차하는 상징적 무대인 경기도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그 중심에 여권의 하반기 전략을 가르는 최대 변수는 추미애 의원의 등판 여부다.
정치인 추미애는 주연인지 조연인지, 혹은 무대 뒤의 연출자인지 헷갈리지만, 언제나 극의 흐름을 뒤흔드는 장면을 맡아왔다.
법무부 장관 시절 ‘추-윤 갈등’으로 상징되는 강단과 직진의 정치 스타일로 여권 내 ‘강성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협상보다는 돌파, 타협보다는 독주의 이미지가 짙고, ‘자기 정치’의 색채가 강하다는 평가가 따라붙는다.
민주당 지지층은 그를 위기 상황을 뚫고 나갈 ‘돌파형 리더’로 보지만, 반대로 ‘보수의 어머니’라는 조롱 섞인 별칭처럼 정치적 궤적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찬성,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상에 기여했다는 ‘원죄’도 공존한다. 그럼에도 여섯 번의 선거를 치르며 살아남은 내구성과 현재의 정치적 위상은 그를 여권이 쉽게 무시할 수 없는 ‘문제적 배우’로 만든다.
이재명 정부가 집권 2년 차에 접어드는 하반기 국정 운영의 성패는 국회의 안정적 뒷받침에 달렸다. 그래서 여권은 추 의원의 강력한 ‘돌파력’을 어디 배치할지 고심할 것이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추 의원을 국회의장으로 세워 ‘코뿔소 의장’을 앞세운 강공 드라이브다.
입법력(立法力)을 극대화하고 야권과의 정면 대결을 통해 정국을 밀어붙이겠다는 전략이다.
22대 국회 하반기 국회의장 자리는 당내 최다선(6선)인 추미애와 조정식, 그리고 최고령 5선의원 박지원의 거취가 얽혀 있다. 만약 추(秋)·조(趙)가 의장직과 지사 후보를 원만히 나눈다면 선거는 순조롭게 흘러갈 수 있다. 그러나 박 의원의 변수나 내부 경쟁이 격화되면 ‘추(秋)·조(趙) 대전’이 불가피하다.
두 번째는 경기도지사 후보로 방향을 트는 경우다. 전국 최대 표밭인 경기도에서 추미애의 전국적 인지도와 강한 메시지를 앞세워 승부수를 띄우는 시나리오다.
김동연 현 지사, 조정식 의원, 김병주 의원 등 다른 이름도 거론되지만, 정치적 무게감과 존재감 면에서 추 전 장관이 단연 돋보인다. 당선된다면 곧바로 차기 대권 행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여권 지도부 입장에서는 어느 쪽도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국회의장이 될 경우, 그의 직진형 스타일이 국회 운영 전반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예측하기 어렵다. 반대로 경기도지사가 된다면 차기 대권 구도가 형성돼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운영과 미묘한 긴장 관계가 불가피하다.
결국 여권은 하반기 정국을 ‘코뿔소’를 앞세워 강경 대치로 돌파할 것인지, 온건 합리의 조정자를 통해 대화와 협치를 이끌 것인지 셈을 할 것이다.
일부 정치분석가들 사이에선 묘한 계산이 깔린 시나리오도 회자된다. 국정 운영의 안정을 원하는 이재명 대통령과 차기 대권 구도를 염두에 둔 정청래 대표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추 의원을 국회의장으로 ‘우회 정리’할 수 있다는 풍문이다. 정면충돌 대신 측면 배치를 통해 그의 추진력을 정국 돌파 카드로 활용하면서도, 차기 권력 구도에선 일정한 통제 아래 두겠다는 복안이다.
추미애에게 경기도 도전의 최대 약점은 지역 기반이다.
정치 인생 대부분을 서울 광진구에서 보냈고, 지난 총선으로 경기도 의원이 되었지만, 경력은 1년 6개월 남짓이다. 김동연 지사처럼 도정 경험도, 국민의 힘 후보로 거론되는 원유철 전 의원처럼 지역 기반도 탄탄하지 않다. 경기도는 전국 최대 표밭인 만큼, 지역 기반이 약한 후보에게는 언제든 낯선 무대가 될 수 있다.
민주당의 계산은 명료하다. 경기도 선거가 여유 있다면 굳이 ‘부담스러운 카드’를 꺼낼 이유는 없다. 그러나 판세가 팽팽해지거나 위기 국면이 오면, 강한 메시지와 돌파형 이미지, 언론을 흔드는 존재감의 추미애는 강력한 전사가 될 수 있다.
경기도는 단순한 지방선거 무대가 아니라 여권 권력 재편의 실험장이자 대권의 전초전이다.
추미애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추미애는 언제나 정치 무대에서 문제적 배우로 주연이든 조연이든 ‘씬스틸러’였다.
분명한 건, 그의 이름이 거론되는 순간 정치 무대는 다시 긴장과 기대, 그리고 풍자로 술렁인다는 사실이다.
정치는 언제나 선택의 연속이다.
정치드라마의 흥미로운 다음 시즌이 궁금하다.
정상환 한경국립대 객원교수, The Brain & Action Communic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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