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른 요구를 하고 나섰다. 군사적인 문제는 차치하고, 미국의 무역 거래에 대하여 관세나 이에 상응하는 댓가를 내놓라고 하는 것이다. 당장은 미중 무역협상 때문에 한국 문제는 다소 뒤로 밀린 느낌이긴 하지만, 조만간 한국과의 협상에 피치를 올릴 때가 올 것이라고 본다.

관세는 10%였던 15%였던 또는 25%였던 트럼프대통령의 머릿속에 업종별로 확고한 선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고, 이 부분은 어떤 경우에도 피해갈 수 없을 것 같다. 이것을 넘어서는 부분은 대미투자나 미국산제품 수입과 같은 보따리와 맞교환하기 위한 협상 카드일 것이다. 한국에도 다양한 요구안이 와있을 것인데 그중 눈에 띄는 것은 3천500억 달러이다. 다른건 손해득실을 따져가면서 평균적으로 중립을 만들어내거나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협상을 해나갈 수 있겠으나, 3천500억 달러는 다르다. 한국의 외환보유고가 4천억 달러 남짓인데, 이중 3천500억 달러를 내놓으면 우리는 곧바로 외환위기이다.

시중에서 달러를 매수하여 건네주려면 원화 환율은 2천 원 위로 순간이동할게 틀림없다. 미국 연준이 무기한 무제한 스왑한도를 열어주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방법이 없다. 일본도 5천500억 달러 투자를 쉽게 결정한 것은 미국과 스왑 한도를 무제한 무기한으로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미국과의 관계를 감안하여 자존심을 버리고 푸들이 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5천500억 달러 때문에 실각했다. 외환위기를 각오하고 3천500억 달러를 그냥 내줄 수는 없다. 자존심 희생을 넘어서 죽음을 각오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아도 현대차 공사현장 급습으로 자존심이 희생되어 있는 상태이다. 하루 100억 원씩 관세를 내면서 공장 투자금 이자부담까지 추가로 감당해야하는 현대차의 이중적 고통은 차치하더라도 이건 아니다. 지금까진 미국이 요구만 했다. 우리도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이제는 미국이 답을 내놓을 차례다.

1964년 미국의 린든 존슨 대통령은 한국군의 월남전 파병을 요구해왔다. 채명신 장군의 회고록에 월남전 파병 당시 상황에 대한 대목이 나온다. 당시 한국일보의 채장군 인터뷰 내용에서 두 가지가 눈에 띈다. 하나는 베트남 파병은 경제적 이득 때문이 아니라 주한미군 유지를 위한 선택이었다. 당시 미군은 하와이 해병사단, 캘리포니아 북쪽 공습사단이 속속 파병됐고, 다음 차례는 주한미군이라는 것이 확실해졌다. 당시 북한은 GNP가 남한의 1.5배였고, 군사력도 월등했는데 주한미군 2사단과 7사단, 2개 사단 가운데 하나라도 빼면 북한이 가만있지 않았을 것이고, 주한미군을 남한에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국군의 파병이 불가피했다.

두 번째는 박정희 대통령 경호실장이었던 차지철까지 파병을 반대할 정도로 국내에서도 반전여론이 강했다는 대목이다. 사실 차지철은 박 대통령의 은밀한 지시를 받아 파병 반대 여론몰이에 나선 것이었고, 이와 같은 반대 여론을 지렛대 삼아 박 대통령은 미국을 상대로 협상을 이어나간 끝에 주한미군 국내 유지와 함께 한국군 무기 현대화라는 파병 대가를 얻어낼 수 있었다.

요즘 이재명 대통령의 대미협상 태도를 보면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는 정반대로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비단 이 대통령 지지율 문제를 넘어서, 대한민국 국익 차원에서 너무 잘하고 있다고 본다. 주한미군 월남파병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닥쳐서도 벼랑끝 협상을 벌려 미국으로부터 한국군 현대화라는 이득을 얻어낸 박 대통령의 협상 전략을 보는 듯하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국회 차원의 대통령 지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차지철도 보이지 않고, 야당의 파병 반대 집회도 보이지 않는다. 국회가 또 여론이 한 목소리로 미국의 부당한 요구에 반대 목소리를 내줘야 대통령도 더 힘을 받아서 강력한 협상을 지속할 수 있을텐데.

작은 목소리지만 나 혼자서라도 대통령을 응원해야겠다. 우리 이재명 대통령 잘한다. 끝까지 화이팅!

이계안 2.1지속가능재단 설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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