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낭만유랑단 연극 ‘2014년 생’. 사진=4·16재단
극단 낭만유랑단 연극 ‘2014년 생’. 사진=4·16재단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날로부터 어느덧 10년이 흘렀다. 다시 찾아온 봄, 언제나 잊지 않겠다는 약속의 마음들이 또다시 안산에 모인다.

4·16재단은 다음 달 5일부터 28일까지 제5회 4월연극제 ‘언제나 봄. D+3650’을 개최한다. 4·16 가족극단 노란리본을 비롯해 서울, 대전,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세월호를 기억하는 8개 극단이 안산예술의전당 별무리극장과 보노마루 소극장에서 8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평범한 일상, 소박한 행복을 바라는 마음과 상처를 짊어지고 묵묵히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이 담긴 작품들을 소개한다.
 

극단 달팽이주파수 연극 ‘밥을 먹다’. 사진=4·16재단
극단 달팽이주파수 연극 ‘밥을 먹다’. 사진=4·16재단

◇ 일상이라는 꿈

4월 5~6일 개막공연으로 선보이는 ‘포빅타운’은 스트릿댄서이지만 생계를 위해 대리운전을 하며 홀로 딸을 키우는 ‘문창’과 이들의 위층에 살며 장래 스트릿댄서를 희망하는 고등학생 ‘준혁’이 각자의 자리에서 꿈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연극과 스트릿댄스의 만남으로 어깨가 무거운 아버지들을 위로하고 청소년들의 꿈을 흥나게 응원한다.

‘우리의 아름다웠던 날들에 관하여’는 관객과 함께 하는 참여형 공연이다. 무대 위 배우들 사이 관객들은 자유롭게 자리를 잡고 앉는다. 공연이 시작되면 배우들은 ‘얼음땡’과 같은 추억의 놀이를 시작한다. 그렇게 배우와 관객들은 70분간 함께 놀고. 음식을 먹고, 자신이 보고 싶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아름다웠던 날’을 그리고 또 만든다.

4·16가족극단 노란리본 연극 ‘연속, 극’. 사진=4·16재단
4·16가족극단 노란리본 연극 ‘연속, 극’. 사진=4·16재단

세월호 참사 이후 세상을 살아가는 어린이들을 비춘 작품도 있다. ‘2014년 생’은 2014년에 태어난 ‘백송시원’의 시선을 따라 여전히 안전한 사회가 오지 않은 대한민국을 보여줌과 동시에 사회구성원으로서 아동청소년의 권리를 살핀다. ‘4·16 세월호 참사 종합 보고서’와 어린이 보행 교통사고 사망 사건의 기록을 통해 불안한 사회 안전망의 교집합을 톺아본다.

‘밥을 먹다’는 밥과 권투를 소재로 가족의 의미를 되돌아본다.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혼자가 된 ‘장단지’와 요리사 ‘제임스 팍’, 노래방도우미 ‘이세희’ 등 각자의 사연으로 고향을 떠나 상경한 이들이 함께 모여 밥을 먹는 ‘식구(食口)’가 되는 과정을 통해 서로를 위로한다.
 

극단 창세 연극 ‘우리의 아름다웠던 날들에 관하여’. 사진=4·16재단
극단 창세 연극 ‘우리의 아름다웠던 날들에 관하여’. 사진=4·16재단

◇ 남겨진 우리들의 이야기

‘연속,극’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생존자 가족들로 구성된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의 작품으로, 지난해에 이어 다시 4월연극제 무대에 오른다, 누구나 하는 보편적 이야기가 아닌, 엄마와 아이들만의 7개 에피소드가 연속으로 펼쳐진다. 엄마들이 꺼내놓은 이야기를 통해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소중한 기억과 마주할 수 있다.

1980년 5월의 광주를 배경으로 한 ‘입하: 꽃이 피다’는 절망적 시대 상황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은 청춘들을 보여준다. 친구들과 실없는 장난을 치며 놀고 집에서 가족들과 따뜻한 밥을 먹는 게 일상인 ‘철수’ 앞에 서울 소녀 ‘연희’가 등장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달정이와 버들이’는 대전 형무소 터에 남겨진 우물을 배경으로 전쟁의 잔혹함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을 사람들의 행복한 시간이 전쟁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며 굴곡진 세월을 묵묵히 견뎌온 우물(달정이)과 버드나무(버들이)가 등장해, 모두의 안녕을 기원하고 생명의 물을 담은 우물의 탄생 과정을 전통적 음악과 춤으로 펼쳐 낸다.

극단 해풍 연극 ‘포빅타운’. 사진=4·16재단
극단 해풍 연극 ‘포빅타운’. 사진=4·16재단

‘술래잡기’는 상처를 짊어진 채 살아온 인물을 들여다본다. 선감학원의 기억을 내려놓지 못한채 평생을 보낸 ‘덕만’은 세상을 떠난 친구의 조문을 위해 손녀딸 ‘은지’와 선감도를 다시 찾는다. 그곳에서 은지는 우연히 세 소년. 두식, 영대, 봉구를 만나 함께 뛰어놀며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덕만은 선감학원에서 잃어버렸던 친구와 재회하게 된다.

4월연극제 관계자는 "다시 돌아오는 4월, 열 번째 봄에 가족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대참사를 함께 겪은 우리가 반추하고 성찰해야 할 지점은 무엇인지 느꼈으면 한다"면서 "작품들이 무겁지 않고 오히려 따뜻한 웃음으로 함께 할 수 있어 가족, 친구, 지인들과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해도 좋다"고 전했다.

4월연극제는 전석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온라인(https://416cherish.modoo.at/) 또는 전화(031-402-7555)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정경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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