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들, 이행계획서 작성 애로… "지적측량·설계 등 진행 위해 수천만원 비용 부담 커" 호소

▲ 무허가축사 적법화 이행계획서 제출 기한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경기도내 상당수 축산농가들이 이행계획서 제출을 미루고 있다. 사진은 도내 그린벨트 안에 위치한 우사 모습. 중부일보 DB

‘무허가 축사 적법화’ 이행계획서 접수 기한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경기도내 5천700여 축산농가들이 한숨을 짓고 있다.

다음 달 24일까지 지적측량, 시설 개축 내용 등을 담은 이행계획서를 제출해야만 운영중지, 과태료 등 행정처분을 피할 수 있기 때문.

15일 경기도, 축협 등에 따르면 도내 축산농가 7천800여 곳 중 적법화 대상 1단계(500㎡ 이상 대규모) 축산농가는 5천700여 곳이다.

이 중 앞서 지난 3월24일로 만료된 무허가축사 적법화 유예기간까지 적법화 신청을 진행한 농가는 4천900여 곳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축사농가들은 불합리하고 중첩된 규제로 인해 이행계획서 작성 자체가 쉽지 않다며 제출을 미루고 있다.

도시화와 맞물려 가축사육제한구역이 지속 증가, 자신의 사유지임에도 축사 일부가 무허가 면적으로 인정됐다는 게 축산농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실제 여주시와 안성시의 경우 시 전체 면적 가운데 98%가, 포천시, 이천시, 화성시 등은 92~97%가 가축사육제한구역으로 분류돼 있다.

화성시에서 우사를 운영 중인 농장주 A씨는 “도시화 훨씬 이전부터 정당하게 축사를 운영하던 농가들이 나중에 바뀐 규제로 축사 일부를 철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행계획서 준비를 위해서는 지적측량과 설계 등을 진행해야 하지만 그에 따른 수백~수천만 원의 비용은 오롯이 농민 부담”이라며 “건축사들만 때아닌 호재를 맞게 된 셈”이라고 토로했다.

A씨에 따르면 최근 들어 우사설치가 가능한 절대농지의 가격까지 올라 3.3㎡당 20만 원 안팎이던 매물들이 30만 원대까지 진입한 상황이다.

그린벨트 안에서 축사를 운영 중인 농장주들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이행계획서는 아예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2012년부터 수도권 개발제한구역 내 축사를 500㎡ 이하로 제한한다는 규제 신설에 이어 이번 적법화 과정에서는 축사를 절반 가까이 축소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남양주시 그린벨트 안에서 축사를 운영 중인 B씨는 “당장 농장을 접을 수는 없어 적법화 신청은 진행했지만 이행계획서 제출이 문제”라며 “축사 면적이 500㎡ 이하로 줄면 고정비용마저 감당할 수 없을 텐데 막막하다”고 털어놨다.

축협 역시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못한다. 지난 3월부터 각 지역마다 ‘무허가축사 적법화 상담소’를 운영 중이지만 뚜렷한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수원축협 관계자는 “상담소를 오가는 농장주들에게서 별다른 계획이 보이지 않아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이대로 시간이 더 흐르면 많은 농장들이 도태될 텐데 한우와 한돈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황호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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