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가 펄펄 끓고 있다. 어딜 가든 이 살벌한 무더위를 피하기 쉽진 않지만 그래도 뭍보다 물이 낫다.

이번 여름휴가에는 물 위에서 재충전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 섬과 섬 사이를 지나는 유람선 여행도 좋고, 물안개 핀 호수에서 카누를 즐기는 이색 체험도 해볼 만하다.



태안 안흥유람선

태안반도의 해안과 섬을 한데 엮어 지정한 태안해안국립공원은 난파선의 공동묘지로 불린다. 바다는 더없이 아름답지만, 옛날 남도에서 청자를 싣고 도성으로 가던 배들이 거친 물살과 암초 탓에 침몰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다. 흥미로운 보물선 이야기를 들으며 빼어난 비경을 감상할 수 있는 유람선 여행지다. 유람선은 태안군 근흥면 신진부두길에 자리 잡은 안흥여객선유람선복합터미널에서 출발한다.


비정기 운항하는 A코스, 안흥 앞바다를 도는 B코스가 있다. B코스는 1시간 30분 동안 마도와 정족도, 가의도를 둘러본다. 코바위·사자바위·여자바위·독립문바위·거북바위 등 각양각색의 바위가 시선을 붙든다. 바위들은 저마다 다른 사연을 품고 있다. 옹도 여행이 포함된 웅도 하선 코스를 즐겨도 좋다. 유람선을 따라오는 갈매기에게 과자를 던져주는 재미가 쏠쏠하고 한다. 소요 시간은 2시간 40분 정도. 단, 날씨와 파도에 따라 출항이 취소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shinjindo.com)를 참고하면 된다. 이밖에 넓은 백사장과 솔숲이 있는 연포해수욕장에 들러 물놀이를 만끽해도 좋겠다. 갈매기를 형상화한 안흥나래교도 매력적이다. 마도해역을 굽어보는 안흥성과 연꽃이 만개한 청산수목원도 놓치지 말자.



군산 선유도유람선

새만금 간척 사업으로 고군산군도의 신시도와 무녀도, 선유도, 장자도가 다리로 이어졌다. 고군산군도는 유인도 16개와 무인도 47개로 구성된 섬 무리로 이 가운데 신선이 노닐었다는 선유도가 가장 유명하다. 선유도유람선을 타고 고군산군도 일대를 둘러볼 수 있다. 새만금방조제가 시작하는 비응도에서 13.5km 정도를 가면 유람선을 탈 수 있는 야미도선착장이 나온다. 선착장 인근 새만금휴게소 신시광장에서는 신시배수갑문이 보이는데, 그 뒤로 고군산군도의 섬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유람선을 타기 전에 발걸음하기 좋은 곳이다.


유람선은 신시도를 지나 선유도·대장도 사이를 통과한다. 선유도해수욕장 백사장 뒤로 우뚝 솟은 봉우리가 눈길을 끈다. 대봉전망대에서 고군산도의 멋진 전경을 감상하는 것도 좋다. 수려한 선유팔경이 펼쳐진다. 아기를 업은 할머니 모습의 장자할매바위도 볼거리다. 유람선이 장자대교를 지나면 인어등대가 시야에 들어온다. 흰 인어가 합장한 자세를 하고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선유도해수욕장에서 더위를 식혀도 좋겠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sunyudo.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춘천 물레길 카누 체험 & 통영 만지도·연대도 유람선

춘천 물레길에서는 우든 카누를 체험할 수 있다. 가볍고 탄성 좋은 적삼나무로 만든 카누를 타고 춘천을 대표하는 의암 호수에서 여유를 만끽해보자. 초보자도 간단한 교육을 받으면 어렵지 않게 탈 수 있어 가족 단위로도 많이 찾는다고 한다. 안전 요원이 동행하니 걱정은 접어도 좋다. 카누에 앉으면 시야와 수면이 수평에 가까워져 호수가 다르게 보인다. 좀 더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다면 아침 물안개 카누잉도 좋은 선택지다. 잔잔한 호수 위에 펼쳐지는 물안개가 신비로운 분이기를 연출한다. 오후에는 전혀 다른 풍경을 접할 수 있는 노을 카누잉이 기다리고 있다. 의암호를 발아래 두고 걷는 소양강스카이워크와 배를 타고 가야 만나는 섬 속의 절 청평사도 빼놓을 수 없는 인근 명소다. 청평사를 품은 오봉산 기슭을 따라 흐르는 계곡물이 더위를 식혀준다.


이밖에 통영 만지도와 연대도 뱃길 여행도 놓칠 수 없다. 달하항에서 출발하는 배는 학림도와 저도를 거쳐 연대도, 만지도에 다다른다. 섬으로 향하는 배 갑판에 앉아 온 몸으로 바닷바람을 맞아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만지도는 국립공원 명품마을, 연대도는 명품 섬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만지도 선착장에는 마을 도서관과 작은 카페들이 있다. 정겨운 문패와 벽화도 시선을 붙든다. 마을 뒤편 전망대에 오르면 한려해상국립공원 바다와 여러 섬들을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만지도와 연대도는 출렁다리로 연결돼 있다.

장환순기자/janghs@joongboo.com 사진=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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