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밤 이었다. 딸 부부와 같이 사는데 사위가 지금 술에 취해 집안 집기류를 부수고 창문도 깼다는 112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 해 보니 그릇과 방문 유리창이 깨져 바닥에 흩어져 있어 발을 디딜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신고자인 장인은 분노감에 떨면서 울먹이는 목소리로 사위를 처벌해달라고 말했다. 딸 부부와 10년 넘게 사는데 사위가 술만 마시면 욕설과 폭행을 한다며,이제는 도저히 살 수 없다고 애원했다.

그런데 노인은 막상 파출소에 와서는 말을 바꿔 술 때문에 그런 것이니 사위를 형사처벌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딸도 있고 외손자들도 있는데 사위를 처벌하면 벌금도 나올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래서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하고 긴급 임시조치를 했다. 가정폭력 신고건수는 2013년 16만272건, 2014년 22만7천608건, 2015년 22만7천727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7년 경찰청 자료를 살펴보면 명절연휴 기간에는 가정폭력 신고건수가 평상시 보다 약 44%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가정폭력은 가족간의 일로 치부하고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경찰은 피해자가 가해자의 형사처벌은 원치 않고 긴급 임시조치만 신청하고 싶다고 하면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하고 있다. 이는 피해자의 주거 또는 방실로부터의 퇴거 등 격리, 주거·직장등에서 100m 이내 접근금지, 전화 이메일 등의 접근금지로 위반 시 과태료가 부과된다. 형사처벌과 달리 전과 기록이 남지 않고 벌금도 없다. 가정폭력은 범죄행위다. 전과 기록과 벌금이 무서워 숨길 것이 아니라 가정보호 사건으로 처리하면 형사처벌이 없으니 적극적으로 112신고를 해 가정폭력을 해결하자.

이용식 남양주경찰서 112종합상황실 경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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