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서 법학 박사학위 받는 구건서씨 "청소년·중장년 위한 사회활동 계속"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중학교를 중퇴했고 소년원 생활까지 했죠. 택시 운전대에 책을 오려 붙여놓고 신호대기 시간에 공부해 노무사가 됐습니다. 박사학위까지 받게 된다니 감개무량하네요."

 고려대 대학원에서 내달 법학박사 학위를 받을 예정인 노무사 구건서(61)씨는 21일 담담한 목소리로 웃으면서 지난 인생을 반추했다.

 1957년 충북 보은에서 태어난 구씨는 어린 시절 서울로 올라왔으나 변변한 직업을 구하지 못한 부모 밑에서 동생 4명과 함께 어렵게 자랐다. 뚝섬의 비닐하우스에서 온 가족이 새우잠을 자던 때도 있었다고 한다.

 그는 중학교 3학년 때 등록금도 내지 못할 정도로 형편이 어려웠다. 홧김에 가출해 불량한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했다. 남의 물건에 손을 댔다가 1년간 소년원 신세까지 졌다.

 이후 학교를 그만두고 막노동과 노점상을 하던 그는 1980년 결혼하고 이듬해 아들이 생기면서 택시운전사로 새 삶을 시작했다. 5년여 동안 택시 운전을 하던 그는 '이렇게 평생 살 수는 없다'는 생각에 전문직이 되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택시 운전대에 법학 서적이나 노무사 자격증 책을 오려 붙여놓고, 길이 막히거나 신호대기에 걸렸을 때마다 보면서 암기했다. 손님이 없을 때는 '마이마이' 카세트로 방송대 노동법 강의 테이프를 들으며 공부에 매진했다.

 꼬박 3년간 택시 안에서 독학한 결과 구씨는 1989년 제2회 공인노무사 시험에 합격했다. 전국 4등이었다.

 이후 그는 노무사로 일하면서 언론에 노동 관련 글을 기고하고 책도 출간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공부의 끈도 놓지 않았다. 2005년 고입 검정고시를 시작으로 2006년 대입 검정고시, 2007년 대학 독학사(법학 전공)까지 3년 만에 중·고·대학과정을 모두 섭렵했다.

 이어 그는 2009년 고려대 노동대학원 석사과정에 입학해 2012년 '성과주의 인사관리와 저성과자 해고의 정당성'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땄다. 내달에는 '취업형태 다양화에 따른 노동관계법 적용 확대에 관한 연구'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을 예정이다.

 구씨는 현재 노무법인 '더휴먼' 회장, 시니어벤처협회 회장, 한국위기청소년지원협회 회장, 내비게이터십 대표 등 다양한 직함을 보유하며 환갑을 넘긴 나이를 잊고 각계에서 활약 중이다.

 그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고 자부하지만, 나만을 위해 열심히 살았을 뿐 다른 어렵고 힘든 사람은 돌아보지 못했다고 느낀다"면서 "세상을 조금이라도더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 운전 봉사를 했다는 그는 내달 개막하는 평창동계올림픽과 이어지는 패럴림픽에서도 자원봉사를 할 예정이다. 그는 "청소년 위기, 청년 실업, 중장년 실직 문제에 도움이 되는 사회활동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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