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방


내 것이 아닌 것을 끌어안고 자는
밤의 우물

어둠은 어둠 속에서 살이 오른다
잃어버린 빛들은 어디에 고여 있을까

멀어서 눈뜨고 만지는 달의 허리처럼
멀어서 눈감고 만지는 몇 장의 지폐들이
나선을 그으며 추락하는 밤

더러운 유리창에 떠 있는 ‘달방’

바람에 덜컹이는 달
자꾸만 옆구리를 파 먹히는 달

충혈된 눈을 가려주며 떠오르는
붉은 달방 속으로, 사라진다
낮달 같은 얼굴


홍순영
1963년 인천 출생, 한신대 문예창작대학원 졸업, 시집 ‘우산을 새라고 불러보는 정류장의 오후’‘오늘까지만 함께 걸어갈’, 제 13회 수주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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