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다리 질질 이끌고
남산 길 올라 간다
십 미터 앞 개미 한 마리 널브러져
숨 헐떡이고
바람이 지나가고
시간이 옷을 벗고
그녀의 푸른 동공은
하늘 향해 열려 있다
개미가 일어나고
그녀의 열렸던 동공도 닫힌다
소주병이 데구르르
나뭇잎 속으로 살갑게 파고 든다
불면의 밤을 재워 줄
알콜 농도는 사십도
바람으로 인하여
나뭇잎이 허공으로 내 달린다
차도에 떨어지고
바퀴에 밟히고
자본주의 바다에
밍크고래가 산다는데
술로 인해 고래가 익사하면 그것은
고래의 부주의 때문일까
김애숙 시인
1965년 전남 장성 출생, 숭의여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숭의여대 목멱문화상 시 부문 최고상 수상, 수원문학 신인상 수상 등 다수 수상, 현재 수원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