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고위급회담이 2년 만에 재개됐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이산가족 상봉과 군사적 긴장완화 방안도 논의된다.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위한 남북대화를 계기로 접경지역 지자체들의 남북교류사업 재개 움직임도 포착된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유화적 태도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를 흩뜨리고 핵 개발 시간을 벌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크다. 외교안보도 그렇지만 교류협력사업도 선악정사의 이념보다 실사구시의 합리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경원선 남측구간 복원사업 재개에 주목한다. 경원선 남북철도 연결은 저평가된 경기중북부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투자 활성화로 지역경제 회생의 전기를 마련하는 견인차이기 때문이다.



경원선은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 연결되는 중요성에 비춰 군사적 입지를 이유로 복원사업이 미뤄진 반면, 경의선은 개성공단 노동자 출퇴근, 동해선은 금강산관광사업 필요성 때문에 신속히 추진되었다.

경의선 남북 단절구간 복원과 동해북부선연결 사업은 2000년 6.15 공동선언 이후 9월부터 본격화되어 각각 2004년과 2006년 완공되었고, 2007년 10.4 공동선언 이후에는 시험열차까지 운행된 바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의 5.24조치 이후 2008년 11월 북한이 화물열차 운행중단을 통보한 이래 남북철도연결 사업은 중단되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일환으로 ‘실크로드 익스프레스’ 연결이 강조되며 경원선 복원이 부각되었다. 2015년 8월, 철원 백마고지역에서 열린 기공식 행사에는 대통령과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당시 야당 국회의원으로는 유일하게 필자도 참석했었다.

17대 국회 초선의원이던 2006년 12월 경원선 의정부~동두천 복선전철을 조기 개통하고, 19대 국회에 다시 들어와 2014년 10월 동두천~연천 전철화사업을 착공했다. 접경지 출신 정치인으로 가슴 벅찬 순간이었다.

하지만 2016년 2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개성공단 폐쇄조치와 함께 경원선 남측구간 복원사업도 멈춰섰다.



필자는 육군 부사관인 선친의 근무지를 따라 양구에서 태어나 연천에서 초중학교를 다녔고, 철원에서 장교로 군 복무를 했다. 세 곳 모두 ‘군사경제’라 불릴 정도로 군부대 의존도가 높은 군사분계선 지역이다.

경기북부 주민들의 반공애국, 보훈선양 의식은 남다르다. 또한 전쟁위협이 상존하는 접경지역이라 ‘안보는 생존, 평화는 경제’임을 체감한다. 철원군 시민단체와 이장연합회의 지속적인 경원선 복원사업 재개 요구도 같은 맥락이다.

통일로 가는 길은 다양하다. 전투에 야전, 공성전의 전면전 밖에 없다면 수많은 병법과 계책은 왜 필요한가. 대북 경제적 우위를 넘어 스포츠와 문화?학술교류로 사회적 동화를 추동해야 한다.



경기중북부는 한국전쟁 이후 접경지역으로서 65년간 불이익을 받아왔다. 기반시설 부족에 따른 생활불편, 훈련소음과 기지촌 이미지도 감내해야 했다. 증개축 등 재산권 행사도 군사시설보호구역이라 유보 당했다. 국가안보라는 공공의 혜택은 전 국민이 누리는 반면, 전쟁억제라는 공공의 희생은 오로지 접경지역 주민들 몫이었다.

수도권이라 규제받고 비수도권의 견제까지, 경기북부는 경기남부와 영호남충청 다음의 ‘세 번째 국민’ 신세였다. 더욱이 경기중북부는 경의선 축의 경기서북부, 경춘선 축의 경기동북부 보다 뒤쳐졌다. 경원선은 울면서 외친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

4년 전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의 ‘통일대박’론이 떠오른다. 어느 보수언론은 ‘통일이 미래다’라며 3000억 원 규모의 기금까지 모금했었다. 제재국면에서 남북경협은 섣부른 미래일 것이다. 하지만 남북철도 연결은 문재인대통령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의 근간이다. 특히 경원선은 세계인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DMZ 환경·관광벨트의 기점이자, 동해권 에너지?자원벨트의 허브다. 경원선 복원사업 재개는 북방경제 연계추진의 재개다.

정성호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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