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화가 거액 보호비 뜯던 전성기 끝나…조직운영비·생활비조차 곤궁
지방 폭력조직 잇따라 해산…도시 야쿠자도 '생계'위해 권총 팔기도

▲ 곡력단원이 물건을 훔친 쇼핑센터[NHK 캡처]
한때 우는 애도 그치게 할 정도의 위세를 자랑하던 일본 조직 폭력배 야쿠자의 쇠락이 가속하고 있다.

 마약 거래 등으로 거액을 주무르며 대도시 번화가의 고급 주점과 음식점, 상점 등을 상대로 자릿세와 보호비를 뜯던 전성기의 모습은 아예 전설이 됐다.

 요즘은 돈에 쪼들린 끝에 쇼핑센터에서 고작 쌀과 수박 따위를 훔치다 들키는가하면 연어 부화장에서 물고기 몇 마리와 연어 알을 훔쳤다가 붙잡히는 등 야쿠자답지 않은(?) 꾀죄죄한 좀도둑으로 경찰에 검거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직폭력단 중에는 자금원이 끊어지는 바람에 조직원이 줄어 "야쿠자로는 살 수없는 시대가 됐다"며 조직을 아예 해산하는 곳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NHK에 따르면 올해 4월 나고야(名古屋)시에 있는 한 쇼핑센터에서 쌀과 수박, 캔맥주, 세제 등 200여 점, 7만 엔(약 6만6천 원) 상당을 몰래 훔친 남자 2명이 경찰에 구속됐다.

 2명 모두 대표적 폭력조직인 야마구치구미(山口組)에서 떨어져 나온 광역지자체지정폭력단 고베(神戶) 야마구치구미 산하 조직의 조직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당시 두목(당시 55세)과 함께 물건을 훔쳤으나 두목만 붙잡히고 2명은 현장에서 달아났다가 방범 카메라에 찍히는 바람에 나중에 검거됐다. 검거된 2명 중 1명은 "자금이 궁핍해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고 범행동기를 설명했다고 한다.

 홋카이도(北海道) 기요사토초(?里町)에서는 지난달 지정폭력단 스미요시카이(住吉?) 계열 폭력조직의 40대 간부 등 3명이 강가에 있는 연어 부화장에 몰래 들어가 연어 37마리와 연어 알 40여㎏을 훔친 혐의로 기소됐다.

 수사 관계자에 따르면 붙잡힌 간부는 "보호비 등이 걷히지 않아 요즘은 연어와 알을 훔쳐 돈으로 바꿔 상납하고 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홋카이도에서는 폭력단 조직원이 관련된 불법 어로와 연어 알 도난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 폭력단 조직원이 훔쳤다 장물로 압수된 연어[NHK 캡처]
 요즘 일본의 지방에서는 자금원이 봉쇄돼 조직원이 크게 주는 바람에 해산으로 내몰리는 조직이 속출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홋카이도 기타미(北見)시의 지정폭력단 이나가와카이(稻川會) 계열의 호시가와구미(星川組)는 한때 100여 명의 조직원을 거느리며 번화가의 주점과 음식점으로부터 보호비와 자릿세 등을 뜯으며 세를 불렸다.

 32년 전인 1985년에는 이치와카이(一和?) 산하 조직과 주택가 슈퍼와 심야 카바레에서 세력다툼을 벌인 이른바 '기타미전쟁'을 일으켜 양측에서 4명이 죽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자릿세를 내는 곳이 점점 없어지면서 최근에는 조직원이 4명으로 격감했다. 급기야 올 8월 두목이 조직의 간판과 함께 해산신고서를 현지 경찰서에 제출했다. 당시 두목은 "이제 야쿠자로 살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30여 년간 폭력조직 추방운동을 계속해온 기타미시폭력추방추진위원회의 다마키히데다카 회장(75)은 "한시름 놨다"면서도 "앞으로도 추방운동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시내 유일의 조직이 해산한 틈을 타 다른 조직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폭력단의 자금 사정이 어렵기는 도시에서도 마찬가지다. 도쿄(東京)에서는 지난달 에도가와(江戶川) 구에 거주하는 스미요시카이 계열 조직의 두목이 권총 3정을 아는 사이인 다른 조직원에게 80만 엔(약 760만 원)에 판매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이 두목은 "돈이 없어 권총을 팔려고 한다"며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조직원이 3명으로까지 줄어들자 두목이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권총을 판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지정폭력단 산하 단체의 한 간부는 NHK에 "도쿄에서도 번화가 등에 자기 영역(나와바리)을 갖지 못한 '동네깡패'는 자금 사정이 어렵다. 한때 세력이 있던 조직도 최근에는 조직원이 줄어 위기상태인 곳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폭력조직이 이렇게 어려워진 배경으로 폭력단배제조례 제정을 들었다. 조례 제정으로 술집이나 음식점 등에서 돈을 뜯기 어려워진 데다 기업들도 '교제'를 일체 거부한다는 것이다.

 상납금을 마련하지 못해 조직을 떠나는 조직원이 끊이지 않는 데 비해 조직에 들어오겠다는 젊은이가 없는 것도 큰 원인이다. 그는 마음 약한 두목들은 "조직을 해산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면서 앞으로는 "야쿠자 사회도 일부 승자만이 살아남는 '일강체제'가 될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NHK는 야쿠자 쇠락이 대세지만 자칫 이들이 '본업'인 마약밀매에 다시 나서고 전화사기 등에 매달리는 등 생활주변을 위협하는 범죄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작년 5월 단일 압수량으로는 과거 최고인 600㎏의 각성제가 나하(那覇)시 항구에 정박 중인 요트에서 압수되고 올해 7월에도 중국으로부터 요코하마(橫浜)항에 들어온 컨테이너에서 350㎏, 8월에 이바라키(茨城) 현 히타치나카시앞바다에서 배로 운반된 각성제 480㎏이 압수되는 등 마약밀수 적발이 잇따르고 있다. 연합

▲ 경찰에 압수된 각성제[NHK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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