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해킹에 위치 추적도…지휘관도 해킹당해"

▲ 라트비아 주둔 나토군. EPA연합
러시아가 국경 주변에 주둔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소속 장병들의 스마트폰까지 해킹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서방의 군 관리들을 인용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가 나토군과의 긴장이 고조된 접경지에서 작전정보 취득은 물론 나토군에 대한 심리적 위협 차원에서 드론 같은 장비까지 동원해 이 같은 해킹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WSJ에 따르면 러시아의 위협에 대비해 폴란드와 발트해 주변국에 주둔한 약 4천 명의 나토군이 올해 해킹의 주요 표적이 됐다.

폴란드 주둔 나토군을 지휘하는 크리스토퍼 르후 중령도 해킹 피해 당사자다.

그는 최근 사격 훈련을 마치고 트럭으로 돌아온 뒤 자신의 스마트폰이 해킹당한 것을 발견했다. 러시아 IP 주소의 해커는 이중으로 설정된 비밀번호 해제를 시도했다.

스마트폰을 통해 자신의 위치가 추적당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르후 중령은 또 자신뿐 아니라 최소 6명의 소속 부대원들도 스마트폰과 페이스북 계정이 해킹당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에는 에스토니아 타파 기지에 주둔한 나토군 장병들의 스마트폰에 '이상'이 감지됐다. 조사 결과, 러시아가 스마트폰의 정보를 빼내거나 삭제할 수 있는 이동 안테나 장비를 사용한 정황이 드러났다.

3월에도 에스토니아군 장병의 스마트폰에서 갑자기 힙합 음악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해당 스마트폰에는 관련 음악 파일이 없었지만 러시아 측의 해킹에 의한 것으로 추정됐다.

누군가가 나토군 장병들에게 사생활을 슬쩍 흘리고 가는 '오싹한' 장면도 연출되고 있다.

스포츠 경기 관람을 위해 줄을 서 있던 나토군 소속의 한 미군 장병은 라트비아에서 낯선 사람으로부터 자신의 가족에 대한 세세한 정보를 듣는 소름 끼치는 경험을 했다. 다른 미군 장병도 폴란드 기차 안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 서방의 군 전문가들은 모두 나토군에 대한 심리적 위협을 가하기 위한 러시아 측 요원들의 소행으로 추정했다.

미국과 서방 관리들은 정교한 드론 장비까지 동원된 해킹에 대해 민간의 영역을 넘어선 국가적 수준의 소행이라면서 러시아를 배후로 지목했다.

르후 중령도 위치 추적과 스마트폰 비밀번호 해제 등과 같은 능력 과시를 통해 두려움을 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러시아 정보부대에 의한 소행을 주장했다.

해킹 사건이 잇따르자 에스토니아 주둔 나토군은 스마트폰에서 심(SIM)카드를 빼거나 제한된 보안구역에서만 스마트폰을 사용하도록 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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