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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일터’ 사람 잡는 근로기준법 제59조를 폐지하라

2017년 08월 09일(수)
이찬열

‘살인적인 노동’ 의 합법화, 산업혁명 시대의 영국이 아니라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2017년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법이라는 그럴듯한 명분 뒤에 숨어,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수많은 근로자들을 ‘죽음의 일터’로 내모는 주범은 바로 근로기준법 제59조다.

비극적인 뉴스가 어느덧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지난 7월, 18명의 사상자를 낸 경부고속도로 7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였는데, 운전기사가 전날 약 18시간 40분을 근무했다고 진술하면서 비인간적인 노동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모아지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민주버스협의희가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월 300시간 이상의 장시간 운전이 여전함은 물론, 40%가 넘는 인원이 근로기준법이 인정한 연장근로시간 한도인 주 60시간을 초과해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졸음운전은 혈중 알코올 농도 0.17% 상태에서 운전하는 것과 같아 음주운전보다 위험성이 12배 높다고 한다. 도로 위의 안전은 불특정 다수의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국민의 불안도 크다.

참담한 소식은 다른 곳에서도 들려왔다. 올해 상반기에만 무려 12명이 심근경색이나 뇌출혈 등으로 숨지고, 업무의 과중함을 토로하며 목숨을 끊은 직장이 있다. ‘죽음의 일터’는 단순한 수식어가 아니라, 우편집배원이 마주한 현실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집배원들은 매주 13시간이 넘는 연장근무를 하고 있고, 연차휴가 사용일수도 연 평균 2.7일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는 대체 언제까지 어쩔 수 없다는 말로 이런 폭력적인 현실을 인내해야 할까. ‘살인적 노동’을 감내해야 했던 피해자는 ‘살인자’의 굴레를 쓴 가해자가 됐고, 오늘도 우리 주변에는 사회적 타살의 희생자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그 어떤 가치도 생명의 무게만큼 무거울 수 없다. 이제는 이런 폐단의 사슬을 끊어낼 결단을 내려야 한다.

다행히 7월 마지막 날 열렸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에서 여야는 필자가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을 심사하여, 사실상 ‘무제한 근로’가 가능한 근로시간 특례업종을 26개에서 10개 이하로 대폭 줄이기로 잠정 합의했다. 논의를 계속 이어가겠지만, 시내·시외·고속·마을버스 승무원에 대해 주 52시간 이상 운전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우편업도 법정 근로시간을 준수하도록 법이 개정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례업종은 1961년 처음 도입될 당시엔 일부 업종에 한정됐지만, 서비스 산업의 발달로 점점 늘어났다. 한국이 해당 규정을 만들 때 참고했던 일본의 경우, 이미 1987년 노동기준법 개정을 통해 주 40시간인 법정근로시간을 특례업종에 한해 주 44시간까지 허용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한국의 시계는 여전히 멈춰있다.

필자는 앞서 이른바 ‘칼퇴근법’을 발의하며, 누군가의 노동착취를 전제로 하는 낡은 경제 시스템은 결코 지속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강조해왔다. 비인간적인 노동착취는 근로자의 삶을 파괴시킬 뿐 아니라, 공공 전체의 안전을 위협하며, 끝끝내 이 사회를 병들게 한다.

시대착오적 악법인 근로기준법 제59조는 최종적으로 폐지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이 맞다. ‘특례업종’ 은 사람을 향한 폭력이다. 이 세상에 일을 끝없이 해도 괜찮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죽도록 일하다가 진짜 사람이 죽고야 마는 비극적인 현실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위한 세상을 향해 물길을 내야 할 때다. 그 첫 삽이 바로 근로기준법 제59조 폐지가 되길 바란다.

이찬열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