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인 뇌물" vs 뇌물엔 "피해자"·위증엔 "아니다"
법원 "'대가성·부정한청탁' 소명, '최순실 지원' 법적평가에 다툼 여지"
법조계에 따르면 430억원대 뇌물 및 횡령과 위증 혐의를 제기한 특검 측 논리에 삼성 측은 각각의 사실관계를 둘러싼 해석이 다르다는 점을 내세우면서 이에 관해 법률적으로 다투겠다는 방어 전략을 폈다.
우선 핵심인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선 '비선 실세' 최순실씨와 공모한 박근혜 대통령을 상대로 직무 행위에 대한 어떤 대가 관계가 없는 '일방적인' 요구에 의한 지원이었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즉 기존의 '강요·공갈·압박 프레임'에 따른 항변 논리다.
문제가 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은 2015년 7월10일 이뤄졌고,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는 약 2주 뒤인 같은달 25일 이뤄졌다는 점에서 선후 관계가 맞지 않는다는 점 등을 정황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특검 측은 이 같은 독대와 최순실 일가 지원에 앞서 사전에 삼성 측이 합병 찬성 약속을 받아냈고 합병 이후 최씨 측 지원을 집행한 것일 뿐이라며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여러 정황 증거도 제시했다.
법원은 일단 대가 관계와 부정한 청탁의 존재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봤다. 향후 본 재판에서 유무죄가 가려지겠지만 적어도 영장 단계에서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 어렵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대가 관계는 일반 뇌물죄와 제3자 뇌물죄 모두와 관련이 있으며 '부정한 청탁' 존재 여부는 제3자 뇌물 혐의가 성립하기 위한 구성요건이다.
영장 단계에선 어느 정도의 개연성을 추측할 수 있는 혐의 '소명'이 이뤄지면 된다. 반면 형사재판에서는 범죄사실의 엄격한 '증명'을 요구한다. 입증 정도를 기준으로 볼 때 증명은 '범죄사실의 존재에 대해 확신을 얻는' 단계다. 이에 비해 소명은 '범죄사실에 관해 어느 정도의 개연성을 추측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대법원 판례는 공무원의 직무처리와 대가적 관계없이 타인을 강요·공갈해 재물을 주도록 한 경우 이를 제공한 쪽에 뇌물공여죄를 물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피해자 프레임'과 관련해선 향후 수사와 재판에서도 계속 논란이 예상된다.
한편 횡령 혐의와 관련해 특검 측은 430억 뇌물액 가운데 수십억원이 회사에서 빠져나갔고, 이는 이 부회장 본인의 경영 승계 안정화라는 목적을 위해 쓰인 것이므로 범죄가 성립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변호인단은 "횡령은 뇌물임을 전제로 한 주장인데 뇌물 혐의를 인정하지 않으므로 횡령 혐의도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국회 청문회 위증 혐의와 관련해선 "위증은 기억에 반하는 진술을 해야 성립하는 것인데, 이 부회장은 자신의 기억대로 진술한 것이므로 위증이 아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양재식(52·연수원 21기) 특검보를 중심으로 법무부 검찰국과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등을 거친 기획·특수통인 김창진 부부장검사, '특수통'인 박주성·김영철 검사 등 4명을 투입해 총력전을 펼쳤다. 앞서 조사 단계에서는 '기획·특수통'으로 대형 사건 경험이 풍부한 한동훈 부장검사도 조력했다.
이에 맞서 삼성 변호인단도 '최정예' 멤버로 대응했다. 법관 재직시 법원행정처 등 요직을 두루 거친 고법 부장판사 출신의 송우철(55·연수원 16기) 변호사를 중심으로 진용이 꾸려졌다. 특히 송 변호사는 대법관 재판을 보좌하는 책임자인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에 이어 총괄 책임자인 수석재판연구관을 모두 지내는 등 법리에 정통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있다.
영장심사를 맡은 조의연 부장판사는 특검 측과 삼성 측의 전문가들이 내놓은 법리를 검토한 결과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놨다.
그 같은 판단의 근거로 "뇌물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 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각종 지원 경위에 관한 구체적 사실관계와 그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 관련자 조사를 포함하여 현재까지 이루어진 수사 내용과 진행 경과 등에 비추어 볼 때"라는 전제를 제시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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