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운전자격 확인의무 소홀… 사고 손해액 절반만 지급 판결

미성년자가 나이를 속이고 렌터카를 빌려 사고를 낸 경우 나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렌터카 업체도 손해를 책임져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수원지법 평택지원 민사13단독 고상교 판사는 경기도의 A 렌터카 업체가 중학교 2학년 B(14·여)양과 그 부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사고를 낸 B양의 책임을 50%로 제한, 688만 원을 A 업체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B양은 지난해 9월 당시 만 21세인 타인의 신분증을 이용해 A 업체에서 LF쏘나타 차량을 빌려 운전하다가 충남 보령의 한 도로 커브 길에서 운전미숙으로 장애물과 충돌, 차량이 크게 파손되는 사고를 냈다.

이에 A 업체는 사고를 처리한 뒤 차량 수리비, 견인비, 동급차량의 렌트료 등 1천730만 원을 B양과 부모에게 청구하는 소송을 냈으나, 법원은 B양 측의 책임을 제한적으로 인정했다.

고 판사는 “원고는 피고 B양이 화장하고 나타나 피고가 제시한 다른 사람의 운전면허증 사진과 동일인으로 인식했다고 주장하나 한눈에 보기에도 둘은 다른 사람으로 보인다”면서 “원고가 피고의 운전자격 확인의무를 소홀히 한 점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호기심 많고 무모한 청소년들의 무면허 운전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바, 유사 사건의 재발 방지 등을 위해 확인의무를 소홀히 한 사업주에게 그 민사적 책임을 분담시킬 필요성이 크다고 보여 피고들의 책임을 50%로 제한한다”면서 “피고는 법원이 판단한 원고의 손해액인 1천376만 원의 절반을 지급하라”고 덧붙였다.

변근아기자/gaga99@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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