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자국의 국내산업 보호와 일자리 창출을 내세우며 반덤핑방지관세, 세이프가드조치는 물론 자국의 안보에 위해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는 등 보호무역장벽을 더욱 높이고 있다.

한-미FTA 발효 이후 대미 수출상품에 대한 미 세관의 빈번한 원산지검증은 우리 수출기업을 힘들게 하는 또 다른 장벽이다.

원산지검증은 개별 기업을 상대로 은밀하게 진행되며 지나치게 강화할 경우 세이프가드조치보다 더 강력한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래서 원산지검증을 ‘숨겨진 보호장벽(hidden protection)’이라고도 한다.

최근 수원지역 공장에서 제조하여 미국으로 수출된 첨단 IT제품에 대하여 미 세관이 원산지검증을 실시했고, ‘기한 내 증빙자료 미제출’이라는 이유로 한-미FTA 특혜관세가 거부된 바 있다. 이에 따라 후속 수출 건에 대해 대미 수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미 세관은 한-미FTA가 발효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간 1천455건의 한국 상품에 대해 원산지검증을 실시하였고, 이중 39.5%인 574건이 원산지규정 위반 판정을 받아 관세 추징을 당하였다. 원산지검증은 전기·전자제품, 자동차부품, 기계류 및 섬유제품 등 우리나라의 대미 주요 수출상품에 집중됐다.

미 세관은 원산지를 검증할 때 일반적으로 ▶원산지증명서 ▶원가내역서 ▶생산증빙서류 ▶원자재내역서 ▶국내산부품 원산지확인서 ▶공정설명서 등 상세한 자료를 요구한다.

소요원자재나 부품의 종류 수, 모델 및 규격이 다를수록 증빙자료의 양은 방대해진다.

미 세관이 특혜관세를 적용 배제하는 주요 사유를 보면 ▶미 세관의 검증착수 통지에 아무런 응답이 없거나 ▶기한 내에 요구받은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제출한 증빙자료에 충분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지 않거나 ▶원산지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경우 등이다.

유의할 점은 수출물품이 실제 한국산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미 세관이 요구한 자료를 기한 내에 정확하게 작성해서 제출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우리 수출기업이 당한 피해사례를 분석해 보면 기한 내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거나 미 세관이 요구한 자료를 일부 빠뜨리거나 부정확하게 작성한 것이 대부분이다. 또 증빙자료는 영어로 작성하여야 하고, 한글로 작성된 증빙서류는 영문 번역본을 첨부할 필요가 있다. 미 세관은 요구한 증빙자료가 한 건도 빠짐없이 전부 접수되어야 원산지 본안 심사로 들어가기 때문에 필수서류가 구비되지 않으면 ‘원산지입증불충분’으로 판정하고 특혜관세를 배제한다.

미 세관은 보호무역주의 정책 방침에 따라 수입억제를 위한 각종 단속활동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중에 FTA 체결상대국에서 수입되는 상품에 대한 원산지검증 강화도 포함된다. 미 세관의 원산지검증을 피해가려면 대미 수출상품에 대한 정확한 원산지증명서 발급 및 각종 원산지증빙자료를 수출건별로 작성하여 최소 5년간 보관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원산지관리업무 매뉴얼 작성, 전담자 지정이 필요하다. 미 세관과의 업무 연락을 위해 수입자 또는 수출자의 주소지와 연락처가 변경된 때에는 현지 통관대행사를 통해 미 세관에 미리 알려야한다. 사무실 이전으로 업체가 미 세관의 통지문을 제때 받지 못했다면 그로 인한 불이익은 업체의 책임이다.

수원세관에서는 중소기업의 FTA 활용과 미 세관의 원산지검증 조력을 위해 ‘FTA Help Desk’를 운영하고 있다. 또 전국 각 본부세관의 수출입지원센터에서도 FTA 이동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원산지검증 대응은 전문가의 조력이 필요하다. 혹시 미 세관으로부터 자료제출 요구를 받았다면 세관 FTA 전문가의 도움을 받길 권고한다.


김석오 수원세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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