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이 애정도 없고 간난 아기와 저를 구박만 하니 도저히 살수가 없어요. 이혼할 수 있도록 법적조치를 해 주세요.”

결혼 한지 1년 남짓한 신부가 눈물을 글썽이며 하소연한다.

“사위를 만나봤는데 예전과는 달리 쌀쌀하고 냉정한 태도로 어른한테 대하는 것을 보고서 정이 뚝 떨어졌어요.”

신부의 친정엄마가 한숨을 쉬면서 힘없이 말한다. 신랑과 신부는 몇 년 전에 만나 서로 호감을 갖고 연애결혼을 했다고 한다. 신랑과 신부는 최고학력을 가진 엘리트들이었고 집안도 훌륭하였다. 또 애정관계가 좋아 결혼할 무렵 임신하여 결혼한 지 1년도 안되어 똘똘한 아이까지 출산하였다. 신랑의 직업도 안정적이었다. 사연을 들어보니 일시적으로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 신혼부부의 장래만 달린 것이 아니라 어린아이는 무슨 죄가 있다 말인가, 서로 다시 한 번 이야기해서 서운한 점을 풀고 혼인생활을 유지하도록 노력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양가 어른들의 도움과 상호의견교환이 더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러나 여러 가지 시도에도 불구하고 결국 두 남녀의 인연은 파경을 맞이하고 말았다. 실로 안타까운 상황이다. ‘연애는 시이고 결혼생활은 산문이다.’라고 한다. 연애시절의 그 달콤한 순간은 어디가고 혼인생활 1년도 안돼 이리도 숨은 암초들이 장애물로 도사리고 있었다가 출현하여 결국 순항하는 배가 좌초하기에 이르렀단 말인가.



종래 이혼소송의 경우에는 아무리 부부간의 갈등이 있어도 출생한 자녀가 성장하여 대학을 졸업하거나 성인이 될 때까지 참고 기다렸다가 도저히 더 이상 혼인 생활을 계속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시점에 이르러서야 결국 이혼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최근에는 신혼부부마저도 이혼이라는 덫에 걸리고 있으니 실로 참담할 따름이다.



한편, 최근 발생한 두 쌍 중년부부의 혼인파경의 경우는 필자의 가슴을 매우 아프게 하였다. 첫 번째 사건은, 유부남의 달콤한 작업에 순간적으로 넘어가 자신의 순정을 바치게 된 초혼녀는 그 유부남과 결혼하여 자신의 딸이 성년이 될 때까지 묵묵히 참고 전처소생자녀들까지 보듬어 생활하였다. 하지만 남편이 경제권을 옥죄면서 폭행을 일삼자 아내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었고 결국 인내의 한계점에 이르렀을 때에 이혼소송을 생각했다.



또, 두 번째 사안은, 남편이 결혼한 지 몇 년 만에 사고를 당하여 사지장애 불구의 몸이 되어 휠체어에 의존한 몸이 되는 바람에, 아내는 20여 년 동안 열심히 가정과 직장에서 일하는 한편 남편의 재활을 위하여 동분서주하여 이곳저곳을 뛰어다녔다. 남편이 방탕한 생활을 하고 아내에게 경제권을 빼앗아 아내 몰래 재산을 처분할 때까지 아내는 줄곧 가정에 충실했었다. 그러나 아내는 남편의 인격적 모멸과 경제적 핍박 때문에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결국 이혼을 결심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 이혼율은 세계 1위라고 한다. 4쌍의 가족 중 1쌍이 이혼가정이라고 한다. 신혼부부들이 이혼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황혼이혼도 불사한다. 만남과 헤어짐이 너무 쉬워 안타깝다. 가정사회가 붕괴되면 사회전체가 혼란에 빠지게 된다. 청소년 형사변호를 맡아보면, 부모의 이혼, 별거, 가정불화 속에서 자란 아이들이 많다. 가정의 불안은 청소년의 불안, 범죄로 연결되는 것이다. 사회환경의 급격한 변화, 개인행복을 중요시하는 가치관 팽배, 공동체의식의 감소 등으로 인하여 전통적인 가정과 사회가 흔들리는 홍역을 앓고 있다. 건강한 도덕관, 가치관, 윤리관의 바탕을 둔 진정한 삶의 의미, 인연의 소중함이 절실한 때이다.



필자의 소망으로는, 결혼은 되도록이면 빨리 그리고 많이 할 수 있으면 좋겠고, 나아가 기왕 한 결혼은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백년해로 유지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결혼생활을 잘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현실적인 생활에서 가정환경·성격이 다른 남녀 두 사람이 서로에게 만족스러운 감정을 장시간 유지시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주변에 부부금슬이 좋기로 소문난 부부 중 남편에게 물었다. 도대체 부부관계가 원만한 비결이 무엇이냐고? 그는 ‘ 수십 년간 결혼생활을 하면서 어찌 좋은 관계만을 유지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굳이 그 비결이 있다면, ‘부부란 3개월 동안 좋고, 3년 동안 서로 싸우고, 30년 동안 참고 사는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상호 노력해야 행복한 가정을 지켜나갈 수 있다고 명료하게 답변하면서 웃는다. 이기적인 마음을 지양하고 인내하면서 역지사지(易地思之)의 행동을 하는 것만이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 잉꼬부부는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상호 노력에 의하여 만들어지는 것이다. 위 잉꼬부부 남편의 말은 평범하고 단순하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부부들에게 많은 울림을 던져주고 있다. 위와 같은 인식이 사회전반에 널리 확산되기를 기대해 본다.


위철환 전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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