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문화재연구소, 내부서 나온 인골 분석 결과 발표
"남성 노인, 키 161∼170㎝, 620∼659년 사망 추정"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18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간담회를 열어 익산 쌍릉 대왕릉 내부에서 지난 4월 나온 인골함과 복장뼈·고관절·정강뼈를 공개하고 "인골을 다양한 기법으로 조사한 결과, 60대 전후 남성 노인의 것으로 나타났다. 키는 161∼170.1㎝로 추정되고, 사망 시점은 620∼659년으로 산출됐다"고 밝혔다.
연구소 측은 여러 자료와 정황을 근거로 대왕릉에 묻힌 인물은 무왕이 사실상 맞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간담회에 참석한 문화재청 관계자는 "무왕 무덤이라는 결정적 증거가 없고, 도굴로 인해 인골이 교란됐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2016년 국립전주박물관이 일제강점기 조사 당시 대왕릉에서 수습한 유물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찾은 치아를 분석해 20∼40세 여성의 것이고, 무덤 내부에 신라계 토기가 있었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하면서 피장자 정체를 두고 논쟁이 가열됐다.
이에 문화재청·익산시·마한백제문화연구소는 1917년 조선총독부 발굴 이후 한 세기 만에 쌍릉 재발굴을 결정했고, 작년 8월 시작한 조사에서 무덤방 관대(棺臺·관을 얹어놓는 넓은 받침) 위에 있는 인골이 담긴 상자를 발견했다.
이우영 가톨릭대 교수는 "왼쪽 무릎뼈와 왼쪽 목말뼈를 제외하고 온전한 뼈는 없고, 뼈는 대부분 조각났다"며 "형태적으로 부위를 뚜렷하게 식별할 수 있는 19개 뼛조각은 컴퓨터단층촬영(CT) 장비로 조사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팔꿈치 뼈 각도, 발목뼈 가운데 하나인 목말뼈 크기, 넙다리뼈 무릎 부위 너비를 봤을 때 성별은 남성일 확률이 높다"며 "161∼170.1㎝라는 예상 키는 넙다리뼈 최대 길이를 추정해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나이는 최소 50대이고, 60∼70대 노년층으로 생각해도 무리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교수는 "목 울대뼈 갑상연골에 노화로 인해 굳어지는 골화(骨化)가 상당히 진행됐고, 골반뼈 결합면이 거칠고 작은 구멍이 많다"며 "남성 노년층에서 많이 나타나는 등과 허리가 굳는 증상과 다리·무릎 통증이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골함에서 추가로 찾아낸 치아 2점과 관련해서는 "새로운 치아는 위턱뼈, 전주박물관 치아는 아래턱뼈에 있었다"며 "치아만으로는 성별과 연령을 파악하기 어렵고, 유골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옆구리 아래 골반뼈에 있는 1자 모양 흔적에 대해서는 "골절됐다가 3개월 정도 뒤에 치유된 것으로 보인다"며 "타격보다는 낙상이 원인일 가능성이 있고, 직접적 사인(死因)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연구소는 사망 시점 620∼659년은 가속 질량분석기(AMS)로 정강뼈를 방사성탄소연대 측정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석실 석재와 목관, 인골 상자 재질 분석결과도 공개했다. 석재는 무덤에서 약 9㎞ 떨어진 함열읍에서 채석한 것으로 추정되며, 목관은 무령왕릉과 동일한 일본 특산종 금송(金松)으로 드러났다. 유골함 원료는 잣나무류 판자다.
한편 발굴조사단인 마한백제연구소 관계자는 "대왕릉을 보완 조사하고, 대왕릉에서 북쪽으로 180m 떨어진 소왕릉을 발굴해 쌍릉 성격과 무덤 주인공을 더욱 명확히 밝혀낼 것"이라며 "백제 후기 왕릉급 고분에 대한 중장기 연구도 수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