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상교복 현금지급 요구하는 학부모단체 ⓒ연합뉴스


경기지역 중학교 신입생에 대한 무상교복 지급 방식을 둘러싼 갈등이 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무상이라면 다 좋아할 줄 알았지만, 갈등이 계속되는 이유는 도대체 왜일까? 보편적 복지라는 정책의 목표, 유명브랜드와 중소형 교복업체 간의 이해관계, 학생들의 교복 선택권 등이 복잡하게 맞물리면서 '세상에는 공짜란 없다'라는 말을 실감케 할 정도로 격한 논쟁이라는 대가를 치르고 있다.

 먼저, 도의회와 도교육청은 보편적 복지와 교육적 측면에서 현물로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유명브랜드 업계와 일부 학부모단체는 학생의 선택권이 우선돼야 한다며 현금 지급을 주장하며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18일 도의회에 따르면 지난 3월 임시회에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무상교복 조례안이 발의됐다.

 조례안은 중학교 신입생에게 학교장이 교복을 현물로 지원하고 중소기업 제품을우선 구매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에 대해 유명브랜드(메이저 4사)와 관련된 교복사업자 단체로 1만 명을 넘는 회원을 거느린 한국학생복산업협회가 강하게 반발하며 현물이 아닌 현금 지급을 요구했다.

 한국학생복산업협회는 "조례안에 따르면 반드시 학교에서 공급하는 교복만 선택할 수밖에 없게 돼 헌법상 보장된 학생의 선택권이 침해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중소기업 제품 우선 구매 원칙은 자유경쟁 시장질서가 형성돼 있는 교복시장을 교란 내지 붕괴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학사모)도 현금 지급을 지지하며 가세했다.

 학사모는 "경기지역 학생 1천107명, 학부모 1천517명, 교사 134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현금 지급 찬성이 90∼92%, 디자인 자율이 95∼96%를 각각 차지했다"며 "청소년기에 다양한 디자인의 옷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 욕구 등을 수혜자 입장에서 생각하고 학생, 학부모 의견을 수렴하라"고 도의회를 압박했다.

 이에 대해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민주당 민경선(고양4) 도의원은 "무상교복은 보편적 복지로 교육적 차원에서도 현금이 아닌 현물이 지급되는 것이 맞다"며 "게다가 중소기업 활성화라는 대의명분도 있다"고 주장했다.

 도교육청도 "무상교복의 도입취지에 맞게 현물지급이 돼야 한다. 성남시 등 무상교복 예산을 편성한 기초지자체들이 법규 미비 등 여건상 학교가 아닌 학부모에게현금을 지원했지만 도교육청은 학교에 예산을 지원하는 만큼 현물지급이 어렵지 않다"고 조례안에 찬성했다.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한 가운데 도 의회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심도 있는 논의를 이유로 안건 처리에 반대해 조례안 상정이 미뤄졌고 지난달 제9대 도의회 임기가 만료되며 안건이 자동폐기됐다.

 그러나 제10대 도의회가 민주당 독점 체제로 재편되며 안건이 재발의 됐다.

 특히 이재명 지사가 현물지급에 찬성해 조례안 처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 지사는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도의회가 현물로 지급한다는데 좋은 것 같다.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의 협동조합에 생산권한을 주는 방안도 있다"고 말했다.연합


▲ 경기도의회 전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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