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보려고 해도, 아버지께서 자꾸 투수 영상을보세요.”

2018 프로야구 KBO 올스타전의 백미는 ‘슈퍼 루키’ 강백호(19·kt wiz)의 투구였다.

강백호의 아버지 강창열 씨는 아들이 올스타전 마운드에 오르는 장면을 TV나 스마트폰 등으로 몇 번이고 다시 봤다.

17일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 만난 강백호는 “아버지가 나보다 더 즐거워하셨다. 나는 올스타전에서 내가 던진 장면을 굳이 다시 찾아보지 않는데 아버지께서 보셔서 어쩔 수 없이 보게 된다”고 웃었다.

강백호의 가족을 제외한 야구 팬들에게도 강백호의 투구는 화제가 됐다.

강백호는 14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올스타전에 올스타전 외야수로 출전했다. 그러나 6회초 마운드에 올랐다.

결과는 놀라웠다. ⅔이닝 동안 오지환(LG 트윈스), 이용규(한화 이글스)를 상대한 강백호는 KBO리그에서 손꼽히는 좌타자 두 명을 모두 삼진 처리했다.

강백호는 “올스타전 시작 두 시간 전에 ‘투수로 나갈 수 있겠나’라는 말을 들었다. 투수로 준비하지 않았으니 시속 140㎞ 초반 정도를 던질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구속이 잘 나왔다. 긴장해서 공을 세게 던졌기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오지환 선배를 삼진 잡을 때는 스트라이크존이 다소 넓었다. 체인지업을 던지고 싶었는데, 그 공으로 삼진을 잡았다”고 덧붙였다.

드림 올스타를 이끈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김진욱 kt 감독에게 강백호의 등판이 가능한지 물었고, 김진욱 감독은 강백호와 상의해 투구 수를 10개 이하로 정했다. 강백호는 공 10개로 삼진 2개를 잡았다.

고교 시절 강백호는 투타에서 모두 뛰어난 기량을 뽐내 ‘한국의 오타니 쇼헤이’로 불렸다.

올해 kt로 입단하면서 강백호는 타자에 전념하기로 했다. 고졸 신인 강백호는 경험 많은 선배들이 즐비한 프로 1군 무대에서 입단 첫해 전반기 타율 0.296, 16홈런, 49타점으로 활약했다.

그는 올스타전 전야 행사로 열린 홈런 레이스에도 6개의 홈런을 치기도 했다. 예선에서 10개의 아치를 그린 이대호(롯데 자이언츠)에 밀려 탈락했지만, 19살 거포의 힘에 선배들도 놀랐다.

마운드에 서지 못한 아쉬움은 올스타전에서 풀었다.

강백호는 “프로에서는 타자로 성공하고 싶었다. 감독님께서 ‘마운드에 오르라’고 하시면 준비하겠지만, 투수에 대한 미련은 없다”면서도 “올스타전에서 공을 던지면서 다소 긴장하지만, 즐거운 마음도 컸다”고 했다.

정규시즌에서도 강백호가 마운드에 서는 장면을 볼 수 있을까.

김진욱 감독은 “절대 전략적으로 강백호를 마운드에 세우지 않겠다. 잘못되면 타자, 투수의 장점을 모두 잃을 수 있다”고 ‘투타 겸업’에는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그러나 “연장전 등으로 내세울 투수가 없을 때나, 정규시즌 막판 팬 서비스로 강백호가 짧게 등판하는 건 가능하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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