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투자열풍이 이슈가 되면서 분산원장과 암호화 기술에 기반한 코인들을 어떻게 칭해야 할지에 대해 국제사회의 논의가 진행돼 왔다. 최근 G20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비트코인 등이 화폐로써의 핵심 기능은 결여돼 있고 현실에서 주로 투자의 대상이 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통화(currency)라는 말 대신 암호자산(crypto-assets)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화폐는 쉬운 말로 ‘돈’이다. 일상생활에서 화폐는 우리가 벌어들이고 축적하고 있는 소득이나 재산까지 포괄하는 광범위한 개념으로 쓰이고 있지만 경제학에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기능을 할 때 화폐(money)라고 한다. 첫째는 재화나 서비스를 사는 사람이 파는 사람에게 주는 지불수단(교환의 매개)의 기능이다. 둘째는 현재의 구매력을 미래로 이전(가치저장)하는 기능이다. 마지막으로 물건 가격을 정하고 채무를 기록할 때 사용되는 측정기준(회계단위 또는 가치의 척도)으로서의 기능이다. 비트코인 등이 아직 화폐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는 급변하는 가치로 인해 가치저장과 가치척도의 기능을 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화폐는 이러한 기능을 통해 사람들 간에 전달되며 경제활동을 원활하게 해 건전한 경제발전이 이루어지도록 돕는다. 한국은행은 물가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통화량을 정보변수의 하나로 참고하고 있다. 통화량이란 경제내에 유통되는 화폐의 규모로서 지폐와 동전과 같은 현물만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은행 예금 등 보다 광범위한 부분까지 포괄하는데 현금으로 쉽게 바꿀 수 있는 정도에 따라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현금으로 가장 쉽게 바꿀 수 있는 M1은 현금에 예금취급기관의 결제성예금(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예금)을 더한 것으로 정의된다. 이 지표는 단기금융시장의 유동성 수준을 파악하는 데 적합하다. 또 다른 통화지표인 M2는 M1에 예금취급기관의 정기예적금, 시장형 금융상품, 실적배당형 금융상품, 금융채, 거주자 외화예금 등을 더한 것으로 유동성이 낮은 만기 2년 이상의 장기 금융상품은 제외된다. M2보다 넓은 범위인 Lf는 금융기관유동성으로 불리는데 M2에 예금취급기관의 만기 2년 이상 장기금융상품 등과 생명보험회사의 보험계약준비금, 증권금융회사의 예수금 등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금융상품까지 포함한다. 마지막으로 모든 금융자산들을 아울러서 한 나라의 경제가 보유하고 있는 전체 유동성의 크기를 측정하기 위한 광의유동성 L이 있다. L은 Lf에 기업 및 정부 등이 발행하는 기업어음, 회사채, 국공채 등 유가증권을 포함한다.

엄주영 한국은행 경기본부 경제조사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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