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유해송환으로 신뢰구축…캄보디아 철수로 관계정상화 물꼬
공산당 독재 유지하며 시장경제 도입…30년간 연평균 6.7% 고성장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오른쪽)이 지난 7일(현지시간) 이틀 간에 걸친 고위급 회담을 마치고 북한을 떠나기 직전 평양 순안국제공항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삐걱거리자 '롤모델'로 베트남을 제시하면서 북한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이 걸어온 길이 주목받고 있다.

 북한, 일본 순방에 이어 지난 8일 베트남을 방문한 폼페이오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기회를 잡는다면 미국과의 정상적 외교관계와 번영으로 가는 베트남의 길을 따라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베트남은 북한이 6·25전쟁으로 미국과 적대관계가 된 것처럼 베트남전(1964∼1975년)을 거치며 미국의 적대국이 됐다.

 그러나 베트남은 20년 만인 1995년 미국과 국교를 정상화하면서 상생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후) 20년간 미국과 베트남 간 교역규모가 8천% 증가했고, 미국 기업들이 베트남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다"며 '베트남의 기적'을 언급했다. 미국과 포괄적 동반자 관계인 베트남은 2016년 최대 수출시장이 된 미국과 한 교역에서 약 320억 달러(약 35조8천억원)의 흑자를 냈다.

 하지만 양국이 관계를 정상화하는 길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베트남전 후 2년 만에 캄보디아를 침공한 베트남에 대해 미국은 유럽과 함께 고립정책을 폈다.

 이 때문에 베트남은 1986년 공산당 일당 독재를 유지하면서 시장경제를 도입하는 '도이머이'를 채택하고 이듬해 외국인투자법을 제정했지만, 국제사회의 봉쇄에 부딪혀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베트남은 1985년부터 베트남전 실종 미군 유해 송환을 위해 미국과 본격협력하면서 양국 간 신뢰를 쌓기 시작했다.

 베트남은 또 중국은 물론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를 막고 있던 최대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해 1989년 캄보디아에서 군대를 완전히 철수하는 결단을 내렸다.

 덕분에 베트남은 1991년 캄보디아 사태로 국경전쟁까지 벌였던 중국과 관계를 정상화한 데 이어 1994년 미국의 경제제재에서 벗어났다.

 베트남은 특히 베트남전 종전 20년 만인 1995년 미국과 국교를 다시 수립하고 관계를 정상화했다.

 이후 베트남은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 국제기구에 잇따라 가입했고 2000년에는 미국과 무역협정에 서명했다.

 베트남은 2016년 사실상 미국의 마지막 제재라고 할 수 있는 무기금수에서도 벗어났다.

 이 과정에 베트남은 외국인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 연평균 6.7%의 고성장을 계속해 2008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 1천143 달러를 달성하면서 중간소득국가에 진입했다.

 베트남은 이후에도 고성장 기조를 유지, 지난해에는 1인당 GDP가 2천385 달러로뛰었고 외국인 직접투자(FDI) 규모도 175억 달러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포스트 차이나'로 불리는 베트남의 올해 상반기 GDP 성장률도 7.08%로 최근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합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