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청·시의회 등 관리면적 넓은데 청원경찰 상시인력은 30명 불과… 흉기·총기 등 대응매뉴얼 전무
동일사건 발생땐 맨몸 대처할 판… 전문가 "강력조치 필요" 한목소리

▲ 인천시청 전경. 사진=연합

인천시청 내에서 민원인이 공무원을 총기로 위협한 사건(중부일보 21일자 1면 보도)과 관련, 대응 매뉴얼과 인력 등이 부족해 예고된 사고였다는 지적이다.


법조인 등 전문가들은 공무원과 인천시민 안전을 위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1일 시에 따르면 공무원 안전을 위해 악성 민원인을 대하는 일반 매뉴얼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지만, 흉기와 총기 등을 소지한 민원인이 시청 내에서 난동을 부리는 경우 이를 제지할 만한 대책과 훈련은 전무하다.

일반 매뉴얼을 보면 ‘폭언 및 난동시에는 자제요청→녹화·녹음 고지→법적조치 구두경고→상담종료 및 경찰신고’ 등의 조치를 하도록 돼 있다.

또 20가지 악성 민원 유형별로 언성이 높아지는 경우 상급자가 개입할 것, 민원인을 다른 접견실로 안내할 것 등을 권장하고 있지만 흉기와 총기 등으로 인해 위협이 되는 상황의 매뉴얼은 없다.

시청을 경비하는 인력도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경비를 담당하는 청원경찰 수는 총원 46명인데, 비번 근무자를 제외한 상시 인력은 30여명에 불과하다.

시청은 본청 건물과 인천시의회, 민원실, 데이터센터 등이 위치해 있는데, 관리해야할 면적만 총 6만8천696.7㎡에 달해, 1인당 평균 2천290㎡를 담당하는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악성 민원인이 수시로 드나드는 민원실에는 상시 근무하는 청원경찰이 배치되지 않았다.

흉기를 든 민원인을 제압할 만한 장비도 갖추지 못했다.

인천시청 내에는 가스총 1정만 보유했을 뿐, 청원경찰들은 맨 몸으로 악성 민원인들을 상대해야 한다.

흉기 소지자에 대한 대응책이 없다 보니 담당 공무원이 1차 피해자가 되고 시를 방문하는 시민들도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실제 최근 충남 아산시에서는 업무처리에 불만을 품은 민원인이 흉기를 들고 청사에 난입해 임산부인 담당 여직원을 위협, 여직원이 실신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013년에는 전남 순천시청 로비에서 한 남성이 분신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공무원과 시민들이 생명의 위협을 받는 수준까지 왔다며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오은송 법무법인 법가 변호사는 “이번 사안은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일 가능성이 크고 시민들이 상시 이용하는 장소에서의 강력범죄에 해당해 죄질이 무겁다”며 “공무원 사회와 시민들이 공포감을 가질수 있는 범죄인 만큼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계에서도 악성 민원 수준을 넘어섰다고 보고 있다.

김동원 인천대 행정학과 교수는 “미국에서는 민원이 많은 곳에 보안 요원이 항상 상주하고 신원 조사도 철저히 한다”며 “민원인들이 공무원을 대하는 태도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총기 사건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며 “A씨를 남동경찰서에 고발하고 민원실에는 청원경찰을 배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조기정·주재홍기자/ckj@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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