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경순찰대 몸수색 과정에서 울음 터트린 온두라스 출신 소녀. 사진=게티이미지(연합뉴스)
빨간 점퍼에 아직 기저귀를 떼지 못한 듯 뒤가 불룩한 7부 청바지, 끈이 풀어진 빨간 운동화를 신은 두 살배기 온두라스 여자 아이가 위를 올려다보며 서럽게 흐느끼고 있다.

옆에는 미 국경순찰대 대형 SUV로 보이는 차량의 앞바퀴가 아이 키만큼이나 크다.

아이가 바라보는 방향에는 청바지를 입은 여성이 있고 그 뒤쪽엔 건장한 체격의 국경순찰대원이 있다.

아이는 도저히 울음을 멈추지 못할 것처럼 겁에 질려 울고 있다.

또 한 장의 사진은 아이의 엄마로 보이는 여성이 국경순찰대 차량에 두 팔을 짚은 채 돌아서 있고 국경순찰대원이 몸수색을 실시하고 있다.

흔히 '팻다운(pat-down)'으로 불리는 미국 경찰의 몸수색 방식이다.

두 살짜리 여자 아이는 차량과 엄마 다리 사이에 서서 울음을 터트렸다.

이 두 장의 사진은 게티이미지 사진기자 존 무어가 최근 미국 텍사스 주 남부 리오그란데 강 근처 멕시코 국경지대에서 찍은 것이다.

전쟁과 난민, 재난 전문 사진기자로 세계를 누빈 무어는 국경순찰대의 양해를 얻어 사진을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

▲ 엄마가 몸수색을 당하는 동안 울음 터트린 온두라스 소녀. 사진=게티이미지(연합뉴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8일(현지시간) '나는 이 아이의 울음을 멈추게 하고 싶다: 사진기자의 가슴을 찢어지게 한 이민자 아이'라는 장문의 사진 캡션(해설) 기사를 실었다.

수백만 명의 네티즌과 독자가 온두라스에서 멕시코로 넘어와 뗏목을 타고 리오그란데 강을 건너 미국 국경에 도달한 두 살배기 온두라스 여자아이의 서러운 눈물을 목격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이 사진은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이민자 무관용 정책'을 반증하는 하나의 상징이 됐다고 워싱턴포스트는 풀이했다.

무어는 2∼3m 떨어져 숨죽인 채 이 사진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고 워싱턴포스트는 해석했다.

무어는 리오그란데 강 접경 지역에서 며칠째 기다리면서 뗏목을 타고 넘어오다 국경순찰대에 붙잡히는 여러 이민자를 앵글에 담았다.

무어는 한 이민자 아이에게 "모든 것이 잘 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자신이 내뱉은 말을 후회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그 아이의 앞날이 어떻게 펼쳐질지 도저히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텍사스 남부 멕시코 접경 지역에서는 거의 2천 명에 가까운 이민자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붙잡힌 뒤 격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모와 아이들은 텍사스 주 남부 도시 맥앨런에 있는 세관국경보호국의 이민자 처리 센터에 임시 수용됐다가 부모는 기소될 경우 구치소로 옮겨져 아이들과 생이별하게 된다.

이민자 처리 센터는 사방이 철망에다 콘크리트 맨바닥인 수용시설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짐승 우리와 다를 바 없었다"고 증언했다.

야권과 시민단체, 국제사회까지 나서 트럼프 행정부의 무관용 정책이 비인도주의적 처사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주무부처인 법무부, 국토안보부 장관들은 "미국을 이민자 캠프로 만들 수 없다"며 강력히 맞서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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