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의태 교수(사진 왼쪽),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권준수 교수. 사진=분당서울대병원

조현병 치료에 널리 쓰이는 아리피프라졸(Aripiprazole)이 환자의 도파민 분비 상태에 따라 다르게 작용, 항정신병 약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흔히 정신분열증으로 알려진 조현병은 두뇌 속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과다하게 생성되면서 환각, 환청을 경험하거나 기이한 행동을 보이고, 기억력 등 인지기능까지 저하되는 정신질환인데, 기존에 사용되던 약물들은 두뇌 속 뉴런의 도파민 수용체에 결합해 도파민이 작용할 수 없도록 차단하는 역할만을 수행했다.

그런데 아리피프라졸은 도파민 수용체를 점유해 도파민이 과잉생산 될 때는 작용을 차단할 뿐만 아니라 도파민 생산이 지나치게 저하돼 불균형해졌을 때는 자체적으로 도파민의 역할까지 할 수 있어 기존 약물들보다 우수한 제3세대 항정신병 약물로 인정받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의태 교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권준수 교수 연구팀은 조현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아리피프라졸의 도파민 수용체 결합 능력을 객관적으로 측정함으로써, 이 약물이 작업기억을 직접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음을 증명하고자 했다.

연구팀은 약물의 도파민 수용체 결합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첨단 뇌영상 분석기술을 이용한 라클로프라이드 양전자 단층촬영(Raclopride PET)이라는 검사를 진행했다. 라클로프라이드 PET는 고도의 기술력과 분석 기술을 필요로 해 세계적으로도 이 검사를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이 드물며, 국내에서는 서울대병원 그룹에서만 유일하게 시행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연구진은 아리피프라졸을 투약한 후 2시간, 26시간, 74시간이 되는 시점에 검사를 진행해 약물의 도파민 수용체 점유율을 측정하고, 인지능력 중 하나인 작업기억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N-back 테스트를 함께 진행했다.

연구 결과, 아리피프라졸을 투약해 약물이 도파민 수용체를 점유하는 비율이 높아질수록 기억력을 필요로 하는 과제의 오류율이 유의미하게 감소했으며 평균 반응시간도 짧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김의태 교수는 “그동안 아리피프라졸의 효과에 대한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라클로프라이드 PET검사를 통해 이 약물이 조현병 환자의 인지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증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대성기자/sd1919@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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