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발의된 개헌안은 결국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야당은 심의는커녕 표결조차 거부했다. 형식은 투표 불성립이지만 내막은 야당의 투표거부로 인한 의결정족수 미달, 사실상 부결이다. 개헌에 대한 공은 이제 국회로 넘어갔지만 정치권에서 한동안 개헌이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개헌안 폐기, 책임 떠넘기기 급급한 여야=국회는 24일 오전 본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제출한 헌법개정안에 대한 표결에 들어갔지만, 의결정족수(192명) 미달로 투표 불성립이 선포됐다. 본회의에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의원 대부분이 불참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무소속 의원, 개헌안 폐기 의견을 개진하기 위해 찾은 야당 후보 일부만 자리해 텅 비어있었다. 의결정족수인 재적의원 3분의 2(192명)에 훨씬 못 미치는 114명 의원만이 참석했다.

국민 다수가 찬성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이 결국 폐기 수순을 밟게 되자 여야는 6·13지방선거를 의식한 듯 서로 책임의 화살을 돌렸다.

박경미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현안 서면브리핑을 통해 “국회 내 개헌을 위한 논의기구를 만들었으나 1년 반이 넘도록 이견만 확인하며 진전을 이루지 못하였다”며 “국민의 60% 이상이 대통령 개헌안에 대해 찬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헌법을 개정할 수 있는 호기를 놓쳐버리고 만 것은 전적으로 야당의 책임임을 분명히 말해둔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당은 투표 불성립이 뻔했지만 민주당이 지방선거 전략으로 표결을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신보라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야4당이 모두 대통령 개헌안 철회를 요청하고 부결될 것이 불 보듯 뻔 한 상황에서 정부여당은 대통령 개헌안의 본회의 표결을 강행했다”며 “한국당은 선거구제 개편과 국회의원 권한 축소를 포함하는 국민개헌안 합의를 헌정특위 활동시한인 6월 말까지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동력 잃은 개헌 불씨, 언제 살아날 지 미지수=여야는 대통령 개헌안이 무산됐지만 6월까지는 개헌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회 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회 활동시한이 한 달여의 시간이 남은 만큼 개헌안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연내 국회 단일안 마련에 대해 난망하고 있다. 국회 헌정특위를 중심으로 한 개헌 논의가 1년6개월 동안 이뤄졌음에도 그동안 진전을 이루지 못했기에 단기간 내에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개헌 자체만을 놓고 투표를 실시할 경우 투표율이 현저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어 전국단위 선거와의 연계가 필수적이다. 때문에 정치권에선 오는 2020년 실시될 제21대 총선과 연계한 개헌론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의 이해관계가 상대적으로 덜한 지방선거와의 동시투표도 정치적 셈법 문제로 이견을 겪은 것을 볼 때 벌써부터 회의론이 나온다.

◇후반기 의장단 공백 현실화=이날 국회 본회의는 정세균 의장을 중심으로 한 전반기 의장단 임기가 오는 29일 종료됨에 따라 후반기 의장단을 선출해야 했지만, 야당이 불참하면서 선출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통상 의석수가 가장 많은 제1당에서 의장을 배출해왔다는 점을 들며 경선을 통해 선정된 문희상 의원(의정부갑)을 사실상 입법부의 새 수장으로 추대했다. 반면 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은 여야 합의 전에 민주당이 의장 후보를 선출했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당은 6·13지방선거와 함께 치르는 12개 지역 재보궐선거 결과로 원내 제1당 자리가 바뀔 수 있다며 의장단 선출을 미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야가 극적으로 의사일정에 합의해 의장단을 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입장차가 워낙 커 파행이 장기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라다솜기자/radasom@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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