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로 사람을 죽인 후, 공포스러운 환각을 겪게 된 여자가 있다. 결국 견디다 못한 여자는 경찰에 찾아가 그날의 사고를 고백한다. 하지만 수사 결과, 그날 밤 어떠한 사건도 일어나지 않았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오는 30일 개봉하는 영화 ‘데자뷰’는 이 같은 내용을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도로를 달리고 있던 중, 미처 피하지 못한 여학생을 차로 들이받게 된 ‘지민’(남규리)은 그날 이후 매일, 환각에 시달리게 된다. 시간이 갈수록 자신이 저지른 살인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지민’은 약혼자와 경찰에게 알리지만, 모두 믿어주지 않는다.

그날 밤 같이 있었던 약혼자와 경찰 모두 ‘살인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다’로 결론 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그날의 사건을 실제로 겪은 듯 생생하게 환각을 보는 ‘지민’의 상황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까지도 서서히 혼란스럽게 만들며, 깊은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이렇듯 ‘데자뷰’라는 소재를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장르에 걸맞게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로 담아낸 영화는 진실을 알 수 없는 사건을 둘러싸고 있는 세 인물의 각각 상반되는 주장들이 얽히고설킨 이야기는 몇 번을 반복해 조각들을 맞춰야 하는 퍼즐처럼 느껴진다.

캐릭터 중심으로 영화가 전개되는 만큼 ‘데자뷰’는 그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연기력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사건의 시작을 여는 ‘지민’, 의심을 부르는 ‘우진’, 그리고 그 의심에 불을 지피는 ‘인태’까지, 각기 다른 성격의 캐릭터는 남규리, 이규한, 이천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가장 먼저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에 끔찍한 환각을 겪는 지민 역은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오는 배우 남규리가 맡았다. 혼란을 겪는 인물인 만큼 내면에 집중한 섬세한 감정 표현이 필요했고, 남규리는 안정적인 연기로 이를 가능케 했다. 지민의 약혼자 우진 역은 이규한이 맡아 강렬한 존재감을 선보일 예정이다. 환각에 고통스러워하는 그녀를 지극정성으로 돌봐주는 다정한 모습부터 의심을 멈추지 않자 돌변하는 악랄함까지, 단단한 연기 내공으로 양면의 얼굴을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또 지민과 우진을 감시하는 형사 인태 역은 천희가 맡았다. 지민이 말한 사고가 사실이 아님을 밝혔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그들을 조금씩 압박해오는 인태는 묘하게 수상한 캐릭터로 극의 미스터리함을 배가시키는 인물이다.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모르는 세 인물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눈을 뗄 수 없는 ‘데자뷰’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강렬한 서스펜스로, 올 상반기 극장가의 한국형 스릴러 영화의 인기를 이어나간다.

김동성기자/estar@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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