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행사 취재를 위한 남측 공동취재단이 어제 북한으로 향했다. 하지만 남측 취재진 초청을 놓고 여러 얘기가 나오고 있다. 북측의 트집과 어깃장에 우리 정부가 눈치를 너무 보는 것 아니냐는 분한 감정이나 굴욕감과 함께 국가의 격을 다시한번 생각해 볼 때라는 논란이 그것이다. 정부가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면서 비단 네티즌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북한은 자신들의 마음에 조금만 안 들면 여러 이유를 들어 트집을 잡고 있다. 이보다 국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만드는 것은 너무 눈치만 보는 우리 정부에 있다. 사실 이전에도 우리는 북한의 이해하기 어려운 행태를 수도 없이 보아왔다. 그래도 참고 지내며 지금에 이른 것은 같은 민족이고 언젠가는 함께 지내야 할 운명체적 공통의 이유에서다.

그렇지만 지금 우리 정부는 북한의 이해할 수 없는 행태에 오로지 눈치 보기로 일관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마치 우리의 팔을 비틀어 미국에 더 얻어내려는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와 함께 모두에 대해 굴욕감을 느낄 정도라는 울분의 소리까지 나오는 판국이다. 줄여 말하면 북한은 미·북 정상회담에 더 많은 성과를 얻기 위해 한국을 불쏘시개로 활용하면서 길들이려는 것이 아니냐는 맥락과 함께하고 있다. 물론 정부가 모처럼 마련된 대화의 장을 깨고 싶지 않은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단호할 때 그렇지 못하면 영영 끌려 다닌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에서도 배운 바 있고 또한 지금이 그러하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잠깐 남북 모두의 마음을 설레이게 했던 판문점선언의 그것과는 달리 지금 북한의 태도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국민들의 생각이다. 심지어 북한의 대남 전술에 빗대고 있을 정도다. 과거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고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예단이다.문제는 우리 정부의 꿋꿋한 그 무엇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소한의 국격도 없다는 비판 그대로다. 한 예로 조선중앙통신이 탈북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거론하며 정부를 비난한 데 대해서도 네티즌들의 반발이 이어졌는데 그 이유는 대남전술을 정당화하기 위한 핑곗거리에 불과할 것이라는 얘기다.

또한 미·북 정상회담을 재고하겠다고 위협하면서 중국에서 탈북한 북한 여종업원 송환을 요구한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 정부의 민망하고 난감함을 넘어서 우리 국민들의 자존에도 걸린 문제라는 반응들이다. 이렇게 우리 정부가 북한에 마치 끌려가는 듯한 모습은 어느모로 보나 좋아보이지 않는다. 판문점 선언을 통해 확인된 신뢰를 지금의 상황대로 북한의 주장에 일관한다면 우리가 설 땅은 없어진다. 격이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개인에게도 격은 지식부터 언행에 이르기까지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마음 내키는 대로 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흔히 부르기를 “격 떨어진다” 고 말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하물며 국가의 격은 어떻게 세워지는지 정부가 스스로 챙겨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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