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들의 의료비 지출 증가율이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17 한국 의료 질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우리나라 국민들의 연평균 경상의료비 증가율은 6.8%로 OECD 회원국들의 평균(2.1%)보다 3배 이상 높았다.

우리나라 물가 상승률 전망치가 1.6%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들의 의료비 지출 부담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경상의료비 대비 정부·국민건강보험 공적 부담 비율은 56.4%로, OECD 평균(72.5%)보다 훨씬 낮다. 우리나라가 국민들의 의료비를 책임지는 정도가 낮다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국민 전체 가구의 약 70%는 월평균 28만 원 이상을 내며 민간 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의 5% 미만 수준보다 기형적으로 높은 구조이다. 건강보험 전체 재정이 50조 원 수준인데 민간 의료보험 시장은 40조 원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

상위층은 매월 상당액의 실손 의료보험비를 내고 있는 반면, 하위층은 재난적 의료비를 감당 하지 못해 빈곤층으로 떨어지고 있다. 소득 양극화가 건강 불평등으로 연결되는 것이 구조화 되어 있다.

해법은 명확하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모든 공공서비스 민영화를 추진했던 영국 대처 정부가 국가 보건의료 서비스만큼은 골격을 유지한 이유를 되새겨야 한다.

국민들이 건강보험 하나로 큰 걱정 없이 치료 받고,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제도화 되어야 한다. 이것이 글로벌 스탠다드이다. 우리처럼 공적보험과 민간보험이라는 이중구조가 엇비슷한 규모로 작동하는 나라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또한 민간 의료보험으로 지출되는 비용이 줄어 들면, 그만큼 국민들의 구매력이 증가하는 경제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문재인케어의 핵심은 비급여 문제의 해결이다. 일례로 선택진료비가 폐지되어 종합병원에서 간 절제 시술을 받았을 경우, 171만 원에 달하던 부담금이 31만 원으로 80% 감소했다. 미용과 성형을 제외한 모든 항목, 치매와 간병까지, 그리고 병실 2인실까지 건강보험을 적용한다면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또한 본인부담 상한제를 인하하고, 저소득층 본인부담 상한액을 100만 원으로 실현하면 고액 의료비로 가계가 파탄나는 일도 예방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사실상 의료가 민영화 되어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재인케어의 추진과 함께 의료전달체계를 개편하여 공공의료를 대폭 확대·강화해야 한다. 민간부분과 공공부분이 1차, 2차, 3차 의료를 분담하고, 대형화된 병원들은 의료연구에 치중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 장기적으로 예방의료 시스템을 구축해야 의료비 증가도 억제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의료서비스의 주요 축인 대한의사협회가 문재인케어 철폐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물론 의협 입장에서 내키지 않은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의협은 문재인케어를 최적의 보건의료 체계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기회로 삼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문재인케어가 국민들에게 지지받는 이유를 살펴야 한다.

의협 내부에서도 비급여 시장의 팽창으로 전공의 간, 병의원 간의 양극화가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것에 위기 의식을 충분히 갖고 있을 것으로 본다. 대형병원들이 기본 외래까지 독식하며 이른바 ‘의료계 군비 경쟁’을 하는 비정상적 상황에서 의협이 대변하는 개원의들의 미래가 어두운 것이 현실이다.

건강보험 진료를 묵묵하게 실천했던 병의원들도 이제는 충분히 병원운영이 가능하도록 건강보험 수가를 정상화하고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한다는 것이 문재인정부의 방침이다. 따라서 문재인케어의 기본 원칙을 수용하고 여기서 파생되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 정부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건강보험이라는 훌륭한 제도적 틀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 대부분이 민간 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의협이 이러한 모순을 개선하는데 앞장선다면 국민들로부터 지지와 신뢰를 받을 것이다.

문재인케어는 국민, 의료서비스 제공자, 건강보험, 모두가 상생하기 위한 사회통합 정책이다. 함께 하기를 당부한다.

박광온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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