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치의 시대에서 협치의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 정부의 지시와 통제에 의한 통치(Goverment)에서, 이해관계자의 다자간 협상에 의한 협치(Governace)의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 그동안 누적된 정부 불신은 정치 불신으로 이어져, 촛불혁명 이후 정부를 넘어(beyond government)서는 새로운 정치적 의사결정의 민주주의를 선호하고 있다. 모든 구성원들이 정치적 의사결정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제도가 직접 민주제라면, 대리인으로 하여금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제도가 대의 민주제이다. 그러나 직접 민주제와 대의 민주제 중간에 숙의민주제가 있다. 사회적 갈등을 협치로서 해결하는 공론화위원회가 바로 숙의민주제다. 최근 우리 지역사회의 가장 큰 갈등은 수원·화성 군공항이전 문제다. 그동안 정치권은 군공항이전 관련 법률을 만들고, 이전의 당위성과 상생발전의 정치적 수사를 지속해 왔다. 또한 수원과 화성, 화성과 수원 지방정부는 찬성과 반대만의 일방적인 홍보와 주장만 뒤풀이 해서 찬반양론 갈등의 골이 깊다. 결국 지금까지 소통보다는 찬성을 위한 찬성, 반대를 위한 반대만이 존재하였다. 군공항이전 갈등을 줄이고 문제를 해결하자면 소통부터 시작해야 한다. 일방적인 정치적, 행정적 소통보다는 이해당사자인 시민중심의 허심탄회한 소통이 필요하다. 이러한 차원에서 필자는 시민중심의 ‘군공항이전 공론화위원회’ 구성을 공식 제안하고자 한다.



‘군공항이전 공론화위원회’는 숙의 민주제로서 시민중심의 소통기구이자 정치적 의사결정기구를 말한다. 군공항이전과 관련된 이해당사자인 시민(수원시민, 화성시민)이 중심이 되고, 관련 지자체(경기도, 수원시, 화성시), 관련 중앙정부(국방부, 국토부 등)가 참여하는 제도적인 거버넌스를 제안하는 것이다. 군공항이전과 관련된 논제를 찬반양론이 아니라 원점에서부터 재 논의하여 최종적으로 대안을 제시하는 정치적인 의사결정기구를 제안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군공항이전 공론화위원회’는 문재인 정부의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와, 미국 뉴욕의 월드트레이드센터 재건축시 운영한 ‘뉴욕시 공론화기구(Listening to the City)’를 참고할 수 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성별, 연령별, 지역별 확률 추출로 500명의 시민배심원단을 구성해 2017년 3개월 동안 찬반토론에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숙의하여 신고리5·6호기 원자력발전소 중단여부를 최종 정책적으로 결정하였다. 또한 ‘뉴욕시 공론화기구’는 인종별, 성별, 연령별, 지역별 확률 추출로 5천 명의 시민배심원단을 구성해 2002년 6개월 동안 테러에 의해 무너진 월드트레이드센터(WCT) 재건축에 뉴욕 시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오늘날의 ‘그라운드 제로’를 건설하였다.



이와 같은 ‘군공항이전 공론화위원회’가 성공적으로 추진되자면 다음과 같은 3가지 조건들이 전제되어야 한다. 첫 번째 조건은 군공항이전 이해당사자인 시민(화성과 수원)들이 시민중심의 제도적 거버넌스 운영에 찬성을 하여야 한다. 그간 불통만을 내새웠던 수원의 ‘군공항이전 수원시민협의회’와 화성의 ‘수원군공항 화성이전반대 범시민대책위’ 대표자들 중심으로 최근 소통을 시작하고 있는 점이 고무적이다. 두 번째 조건은 ‘군공항이전 공론화위원회’는 소통 뿐 만 아니라 정치적 의사결정권한을 가지는 숙의적 민주제로서 행정적, 재정적, 제도적인 뒷받침이 마련되어야 한다. 따라서 ‘군공항이전 공론화위원회’와 관련한 경기도, 수원시, 화성시의 관련 조례 제정과 중앙정부 관련 법률 개정이 요구된다. 이번 613지방선거를 기회로 단체장 후보들과의 논의와 협의를 통하여 제도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 조건은 ‘군공항이전 공론화위원회’ 논의내용이 다시 원점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단순히 군공항이전의 찬성과 반대가 아니라 그 대안도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군공항이전이 여전히 불가피한 것인지, 국방 작전상 화성 후보지는 타당한 것인지, 국방 작전상 대안 지역은 없는지, 지역상생발전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등의 다양한 논의주제로 원점에서부터 출발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군공항이전과 같은 사회적 쟁점의 갈등문제가 필자의 제안과 같이 이해당사자들이 직접 정치적 의사결정권한을 가지는 제도적 거버넌스로 발전한다면 한계점이 많은 우리나라 대의 민주제가 충분히 보완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재준 아주대 공공정책대학원 초빙교수, 더불어민주당 수원갑 지역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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