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의 남북정상회담은 70년 현대사의 역사적인 분기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 거대한 변화를 받아들인 북한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또 어떤 지원을 해주어야 할까?

개성공단을 재개하여, 첨단업종으로 고도화하고 통일 경제특구를 건설하여 접경지역의 경제를 활성화하며, 평양시의 도시마스터플랜을 수립하여 미래의 비전을 보여주면 어떨까? 통일경제특구와 개성공단, 평양시 도시마스터플랜을 그려보면 한반도신경제지도구상의 비전이 보인다. 도시계획학자로서의 미래 통일한반도 국토개발의 과제를 다음과 같이 그려본다.

첫째, 개성공단을 재개하고, 확장하며, 고도화하는 일이다. 개성공단은 남북관계 개선의 시금석으로서 이제 재개의 수순을 밟고 있는듯하다. 현재로는 단순 임가공형태의 섬유·의류 업종을 중심으로 하고 있어서 이는 실제적인 북한경제의 회생이나, 남한의 일자리창출에 한계가 있다. 공단의 규모를 확대함과 동시에 첨단업종으로 고도화하여, 북한경제 뿐 아니라 우리청년들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첨단업종으로의 고도화에는 혁신인력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개성시는 매우 낙후하여 정주여건, 통근환경, 연구개발환경이 열악하다. 우리나라 최초의 대학인 개성의 ‘성균관대학교’의 교육·연구환경을 개선하여 첨단인력의 양성을 촉진하고, 개성시의 도시재생과 정주환경개선을 통하여 도시의 혁신경쟁력을 높여가야 한다. 개성공단을 단순 공업단지가 아니라 개성시와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첨단연구개발단지로 만들어갈 수 있도록 ‘개성시 장기종합발전계획’의 수립이 필요하다. 이러한 접근은 개성 이외의 다른 경제특구, 경제개발구에도 적용할 만한 성공적인 개발모델이 될 수 있다.



둘째, 통일경제특구건설이 먼저 이루어질 수 있다.

개성시의 재개, 확장, 고도화를 위하여는 첨단업종건설 및 첨단설비투자에 대한 제재가 풀려야 한다. 또 북한의 영토 내에 부동산과 설비를 투자하는 기업의 리스크가 여전히 존재한다. 개성에 가까운 남한 영토 안에 산업단지를 건설하고 북한 인력을 투입하며, 남북협력기금을 지원하여 기반시설을 건설한다면 개성공단 못지않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기업들은 자산과 설비에 대하여 부담없이 투자할 수 있을 것이며 저렴한 인건비와 토지비는 기업투자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단 북한인력을 저렴한 인건비로 공급하는 일에는 여전히 ‘정치적 리스크’가 남아 있다. 북한주민들을 데려와서 조업하게 하고, 이들의 체류에 안전과 편의를 보장하는 일은 매우 조심스럽고, 또 개성과 같은 수준의 인건비를 유지하는 일도 녹록치 않아 보인다. 풀어가야 할 과제이다.



셋째, 평양의 삶의질과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곧 북한경제를 회생시키는 길이다.

북한이 시장경제를 받아들이기 시작하고, 부유해지는데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하면 군사적 긴장은 더 빠른 속도로 낮아질 것이다. 4차산업혁명의 영향으로 개성공단과 같은 산업단지보다는 판교테크노밸리와 같은 첨단산업단지의 개발이 실제적인 북한경제의 회생에 기여할 수 있다. 북한은 상당한 수준의 IT인력, 첨단기술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농촌과 지방중소도시가 쇠퇴하고 대도시로 첨단산업이 집중하는 것처럼, 향후 북한의 경제성장도 첨단산업과 대도시의 혁신인력의 역할이 중요하므로 평양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북한에는 평양을 제외하고 우리의 부산과 대구같은 2,3위의 도시나, 울산과 포항같은 산업대도시를 찾아보기 어렵다. 개방개혁에 따라 인구이동이 자유로워질 때에는 과거 서울로의 인구집중보다 더 뜨거운 ‘평양러쉬’가 예상된다.

서울의 도시화, 산업화 과정에서 겪었던 경험에 비추어 평양의 인구집중을 관리하고, 개발제한구역을 두어 팽창을 억제하는 일이 필요하다. 평양의 도심부를 역사문화지구로 지정하여 보존하는 일도 필수적이다. 한반도신경제지도의 핵심이 교통과 에너지망이다. 고속철도의 역사는 평양의 성장동력 구축에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다. 역사도심이 아닌 새로운 신시가지에 고속철도역사를 건설하고 이를 국제업무지구, 스마트신도시, 첨단연구개발단지와 연계하여야 한다. 빠르게 몰려드는 인구를 수용하고 대학, 연구개발, 기업 등 평양시 기능을 신도시로 분산시키고, 이를 철도망으로 연결하는 다핵분산형 대도시권으로의 개편도 필요하다. 이를 통하여 평양대도시권이 서울과 함께 서울평양대도시권을 형성케 함으로써 중국의 징진지, 상하이푸동, 일본의 도교메가시티리전과 경쟁할 수 있는 비전을 그려가야 한다.

접경지역의 통일경제특구, 개성공단과 같은 경제특구건설, 그리고 평양대도시권의 미래비전, 이것이 한반도신경제지도구상이다.



이는 미래의 그림이다.

그러나, 이미지는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을 공유하면 세상이 변화한다. 북한의 지도자와 주민들에게 통일특구와 개성, 그리고 평양의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자.


김현수 단국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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