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스무 살을 맞은 축제에서는 지난해 강추위와 잦은 눈 덕에 색감과 식감, 구수한 맛이 어우러진 최상품을 맛볼 수 있다.

흰 눈을 이불 삼아 바람과 추위를 견디며 겨우내 인고의 세월을 겪는 황태.

숙취 후 찾곤 하는 속풀이 황태 해장국의 주재료이기도 한 황태는 어디서 오는 걸까.

전국 황태 생산의 80%를 책임지는 '황태의 고장'은 강원도의 한 산골 마을에서 찾을 수 있다.

바로 인제군 북면 용대리다. 인제읍과 원통을 거쳐 한계삼거리에서 미시령 방면으로 차로 30여 분을 달리면 내설악 중심에 아늑하게 자리 잡은 마을이다.

황태의 유래는 정확한 연도는 기록되지 않았으나 아주 오래전부터 함경도에서 만들었다고 한다.

6·25 전쟁 이후 함경도 피난민들은 휴전선 부근인 속초 등에서 모여 살며 실향민 터전을 일궜다.

이들은 함경도 지방과 기후가 흡사한 진부령과 대관령 일대에 덕장을 설치하고 명태를 말렸다.

그러나 함경남도 원산에서 맛보던 누르스름한 노랑태를 먹을 수가 없었다.

안개가 잦아 햇빛을 덜 받은 탓에 거무스름한 먹태가 됐다.

고민 끝에 이들이 황태 생산에 적합한 기후를 찾아낸 곳이 내설악에 자리한 용대리였다. 명태는 덕장에 내거는 순간 얼어야만 육질의 양분과 맛이 빠져나가지 않는다.

한겨울 용대리는 밤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고 내설악 계곡에서 바람이 불어 황태 건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용대3리에 황태덕장이 본격적으로 들어선 것은 1963년이다. 1985년 이후 용대리는 전국 황태 생산량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황태의 고장으로서 면모를 갖췄다.

나머지 20%는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등이 맡는다.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장으로 쓰인 횡계리 올림픽플라자 터도 원래 황태덕장이었다.

용대리는 동해 명태어장과도 가까워 물류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동해에서 잡은 명태의 배를 갈라 냉동하는 할복장은 미시령과 진부령 넘어 속초와 고성에 있다.

동해에서 명태는 거의 사라졌지만 지금도 러시아산 명태를 들여와 속초와 고성에서 할복한다.

용대리는 사람이 살기에는 척박한 땅이지만 황태 건조·생산에는 최적 입지였던 셈이다.

그렇게 가난을 벗어나지 못했던 오지마을은 이제는 인제군에서 소득이 가장 높은 마을이 됐다.

노르스름한 황금빛 황태는 눈과 바람, 그리고 추위까지, 삼박자가 맞아떨어져야 비로소 탄생한다.

바람과 날씨, 자연의 조화에 순응하지 않고서는 금빛 변신은 불가능하다. 명태가 여러 이름으로 불리듯 황태도 상태에 따라 여러 가지다.

바람이 너무 들어 썩어 문드러진 '찐태', 기온이 너무 낮아 껍질이 꽁꽁 얼어버린 '백태', 속이 거무스름하게 변한 '먹태', 땅에 떨어진 '낙태', 몸통에 흠집이 생기면 부르는 '파태'가 있다.

'황태 맛, 하늘에서 내린다'는 말은 여기에서 비롯됐다.

이번 주말을 시작으로 석가탄신일(22일)까지 황태의 고장 용대리에서는 겨우내 눈, 바람, 추위를 견디며 황금빛 명작으로 거듭난 황태를 만날 수 있는 축제가 열린다.

공식 행사와 공연, 요리체험, 황태 장터 등 7개 분야 35개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마을 주민들은 18일 축제 전야제 행사도 연다. 올해로 스무 살을 맞은 축제는 예년보다 좋은 품질의 황태를 선보여 관광객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지난해 강추위와 잦은 눈 덕에 올해 생산된 황태는 색감과 식감, 구수한 맛이 어우러진 최상품이다.

황태 팬 케이크 만들기 체험, 황탯국 만들기, 황태 강정, 황태라면 등 다양한 황태 음식을 직접 요리하고 맛볼 수 있다.

개막 첫날 19일에는 송대관 등 유명 가수의 특별 공연도 펼쳐진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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