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왕이 못 됐어도 괜찮다.’

영화 ‘오목소녀’는 한때 바둑왕을 꿈꿨으나 현실은 기원 알바생인 이바둑(박세완)이 김안경(안우연)을 통해 오목을 접하면서 한판 승부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바둑은 한때 바둑 신동으로 불렸다. 승승장구하던 그는 패배의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선수를 그만둔다. 이후 기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을 영위한다. 이렇게 그냥저냥 살아가던 이바둑에게 위기가 닥친다. 룸메이트인 동거인(장햇살)의 실수로 급전이 필요하게 된 것. 이바둑은 상금을 따기 위해 오목대회에 참가한다. 한때의 바둑 신동으로서 오목을 우습게 여겼던 그는 작은 대회에서 참패를 맛본다. 패배의 쓰라림 속에서 바둑은 자신을 찾아온 오목 천재 김안경에게 자극을 받아 그의 옛 스승인 쌍삼(김정영)을 찾아간다. 훈련을 거듭한 끝에 결국 전국대회에까지 출전한다.

이 영화는 ‘반드시 크게 들을 것’(2009)과, ‘걷기왕’(2016) 등으로 독특한 유머와 스토리텔링을 선보였던 백승화 감독의 신작이다.

백승화 감독은 “오목이라는 소재가 영화로 만들어지기 힘들 것 같았기에 웹드라마로 제작했었다”며 “웹드라마를 영화로 옮겨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되고 이렇게 작게나마 개봉을 하게 돼서 기쁘고 뿌듯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인물들의 행동과 말투는 과장되어 있어서 때로 작위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 부분이 바로 ‘웃음 포인트’다. 가볍고 허술하다기보다 명랑하고 발랄하다.

이야기 흐름은 정통 스포츠물에 가깝다. 재능 있는 주인공은 두려움을 극복해 성취를 거머쥔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신비한 스승도 나오고, 갈등을 맺었지만 결국 주인공을 도와주는 친구들도 등장한다. 주인공의 라이벌은 천재인데 ‘흑막’ 뒤에서 어떤 음모를 꾸미고 있다. 무협지나 ‘점프’에서 연재되던 소년만화를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이유다.

‘오목소녀’는 원래 옥수수 웹드라마로 먼저 만들어졌다. 각각 10여 분씩 총 다섯 개의 챕터로 이줘져 있는 것도 웹드라마의 호흡에 따랐기 때문이다.

또 영화에는 만화 ‘기생수’, ‘슬럼덩크’, 영화 ‘비밀은 없다’ 등등 다른 작품에서 흥미로웠던 대사와 상황을 패러디 혹은 오마주하고 있다.

‘오목소녀’는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 장편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오는 24일 개봉한다.

김동성기자/estar@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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