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문화 등재된 남한산성…몽골·왜군 침입 막아낸 안성 죽주산성
탁트인 남한강이 한눈에 여주 파사산성…강화도 바닷길 지켰던 김포 문수산성

 
걷기 좋은 봄날이 계속되고 있다.

한낮의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면, 엉덩이가 들썩들썩, 완연한 봄을 느끼러 밖으로 나가고만 싶어진다.

고된 일주일을 보낸 우리들에게 찾아온 주말, 이 아름다운 봄을 그냥 보낼 수는 없다.

조금만 더 더워져도 야외에서 움직이기 곤란하니, 지금 이 순간을 즐겨야 한다.

경기도내 곳곳에는 아름다운 산성길들이 있다. 이번 주말, 성곽 위를 천천히 거니는 색다른 산행 ‘경기도 산성 투어’ 여행지들을 추천한다.



▶광주 남한산성

영화 ‘남한산성’으로도 유명한 이곳은 수도 한양을 지키던 조선시대의 산성이다. 2014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청량산(497m)를 중심으로 여러개의 봉우리를 연결해 성벽을 쌓은 산성으로 성곽 둘레의 길이가 12km에 달하는 크기를 자랑한다.

지하철로도 접근하기 쉽다. 8호선 산성역에 내려서 버스를 타면 금방 다다른다.

그자체로 문화재인 남한산성의 성곽을 거니자면, 병자호란의 치열한 전투와 인조의 고뇌가 느껴지는 듯 하다.

남한산성행궁의 곳곳도 둘러볼만하며,특히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1호인 수어장대는 성내에 현존하는 건물 중 가장 화려하고 웅장해 산성투어의 핵심 볼거리다.

산성 내·외곽으로 길이 나 있어 취향에 맞는 길을 골라 걸을 수 있다. 성곽 한 바퀴를 모두 도는 데는 몇 시간이 소요되지만, 길이 잘 나 있고 경사도 그렇게 심하지 않아 천천히 여유를 즐기며 걷다보면 아이들도 완주할 수 있을 정도다.

행궁과 수어장대를 함께 둘러볼 수 있는 코스인 로터리~북문~서문~수어장대~영춘정~남문의 코스로 걸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남한산성 행궁 바로 옆에는 만해 한용운 기념관이 있으니, 함께 방문해보는 것도 좋다.



▶안성 죽주산성

안성 죽주산성은 걷기 좋은 길로 이미 지역주민들에게 유명한 곳이다. 안성 비봉산 자락에 축성된 이곳은 철옹성으로도 유명하다. 몽고군의 침입을 물리치기도 했으며, 죽주산성이 격전지가 됐었던 임진왜란 때는 왜군에게 잠시 내줬다가 탈환, 왜군이 더 이상 용인과 이천을 넘보지 못하게 했다고 전해진다.

포루가 만들어진 산정에 올라서면 안성벌과 이천, 장호원이 한 눈에 들어온다. 산성의 내성 곁에는 몽고군을 물리친 송문주 장군의 전공영각과 재실이 있으며, 이 재실을 지나쳐 내려오면 쉼터가 나타난다.


이리저리 산성을 둘러보기 보다는 산성을 따라 여유롭게 산책하듯 걸어보는게 더 걸맞는 곳이다.

한적한 산행을 계속하다 보면 주변의 울창한 소나무와 침엽수들이 길동무처럼 자리하고 있다.

경사도 급하지 않고, 성 자체가 크게 높지 않아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없이 산책을 즐길 수 있다. 특별히 무엇인가 있는 건 아니지만, 조용히 맑은 공기를 마시며 거니면 잠시 여유를 즐길 수 있다는게 매력적이다.



▶여주 파사산성

파사산성, 혹은 파사성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파사산 정상을 중심으로 능선을 따라 쌓은 산성이다. 산성 정상에 오르면 눈 아래로 사방의 풍경이 펼쳐지는데, 유성룡이 이 절경에 반해 ‘파사성’이라는 시를 남겼다고도 한다. 자연 지형을 적절히 이용해 성벽을 쌓아 산성의 형태가 일정하지는 않지만, 어디에서도 남한강의 물줄기가 한눈에 굽어보인다. 특히, 다른 산봉우리가 없이 우뚝 자리한 산으로 일출, 일몰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명소로도 유명하다.

옛 석축의 흔적을 따라 걷다보면 당시의 역사를 더듬어 보게 되는데, 굽이굽이 이어지는 성곽길과 뒤로 보이는 탁트인 남한강의 풍광이 매력적이다. 시야는 오를수록 넓어지고, 남한강변에 펼쳐진 여주 평야에서 이포보 너머까지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여주의 전역이 보이는 듯하다. 1시간에서 1시간 30분이면 충분히 정상에 도달할 수 있다. 산행을 즐기고 나서는 근처의 이포보에서 커피 한 잔을 즐겨보는 것도 좋은 마무리가 된다.



▶김포 문수산성

문수산성은 조선 숙종 때 바다로 들어오는 외적을 막고, 강화도 방어를 위해 쌓은 성이다.

김포와 강화도 사이 김포 강화해협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위치한 산성은 문수산과 해협 산림욕장으로 이어지는 수려한 풍경을 품고 있다.

과거의 치열했던 전투의 흔적은 온데간데없이 유유히 흐르는 물길은 고요하다.

문수산성의 시작점이자 3개의 문루 중 하나인 공해루가 있는 곳은 경기도 최북단 걷기 여행길인 주평화누리길 제2코스 조강철책길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문수산성 남문~홍예문~쌍용대로~조강저수지~애기봉으로 이어지는 8km거리의 3시간 20분 코스로 한나절 동안 걷기 좋은 여행길이다.

문수산성 남문에서 역사의 흔적과 도보여행길을 둘러본 후에는 문수산 산림욕장에 들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1997년 개장한 문수산 산림욕장은 1.4km의 산책로를 따라 문수산의 울창한 숲과 아름다운 장관을 조망할 수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싱그러운 봄의 숲을 즐길 수 있다.

산림욕장은 약 30분에서 1시간 정도 둘러보기 적합하고, 등산코스로 바로 이어지고 있어 바로 문수산을 등산하면 된다.

문수산성은 아름다운 경관으로 정상에서는 북한 땅이 보이고 한강 포구를 거쳐 서울의 삼각산, 멀리 인천 앞바다가 보이는 절경이기도 하다.

때문에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각 계절의 경치를 선보이는 김포의 금강산이라고도 불린다.


김수언기자/soounchu@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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