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에 나설 집권여당 시장 후보로 지명되며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맞은 ‘경석’(오만석)은 유력 정치인인 장인의 비자금을 숨기러 내연녀 ‘지영’(이은우)과 함께 별장에 들리게 된다.


이경석이 동네 어귀에서 누렁이 한 마리를 차로 치고 달아나면서 일은 시작된다. 자신이 키우던 누렁이의 횡사를 목격한 소설가 지망생 김순태(지현우)는 별장 관리인을 자처하며 이경석 앞에 나타나고 미리 정교하게 짜놓은 계획대로 그를 함정에 몰아넣는다.

영화 ‘살인소설’의 이야기다.

영화는 타락하고 부패한 정치인의 작은 거짓말로 시작된 사건이 예상을 벗어나 점점 커져만 가게 되는 상황을 그려낸 미스터리 스릴러, 서스펜스 장르다.

정치인들의 거짓말과 그와 함께 등장하는 일명 ‘더러운 돈’은 영화의 주요한 단골 소재다.

사골처럼 우려내도, 이야기는 끝이 없다. 거기서 나오는 참신함은 없을지라도, ‘보장받는 플롯’들이 워낙에 단단한 탓에 쉽게 포기할 수 없다.

살인소설 또한 이같은 아이템을 차용했다. 그러면서 정치인을 풍자하는 블랙 코미디를 선보인다. 현실 정치인들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가 주는 풍자는 강렬하다. 정치적인 이권을 대가로 한 검은 돈의 거래, 아내의 친구가 내연녀가 되고, 정치적 야망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거짓을 일삼는 정치인들의 모습이 영화 속에서 가감 없이 표현되며 현재 한국 사회의 정치 현실을 신랄하게 풀어낸다.

또한 영화는 한정된 공간, 한정된 시간을 구도로 서스펜스 스릴러의 쾌감을 충실하게 전달한다. 마치 한 편의 연극처럼 펼쳐지는 영화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무엇보다 극을 이끌어가는 김순태 역을 맡은 지현우는 선과 악의 정체를 알 수 없는 의문의 청년으로 등장,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지현우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부패한 정치인을 향한 감정을 담은 작품”이라며 “국민을 위해 일해주길 바라며 뽑았는데 알고 보니 부패한 사람이었을 때, 그런 사람들에게 욕하고 싶은 마음을 영화가 대신 담은 것 같다”고 소개했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이 시점에 영화는 관객들에게 좋은 정치인의 본질은 무엇인지 물어보고 있다. 25일 개봉.

김수언기자/soounchu@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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