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다, 꿈에라도 나와줘"… 단원고 추모식 재학생 등 참석
편지낭독·영상 틀자 눈물바다
고잔역에 시민 1천여명 발길… 기억교실·합동분양소까지 행진

▲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은 16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단원고등학교에서 재학생들이 하늘로 간 선배들을 기리기 위해 합창하고 있다. 연합

“이제 더는 오빠가 어떤 목소리였는지, 키가 어느 정도였는지, 웃는 모습이 얼마나 예뻤는지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 우리 꿈에 좀 나와줘. 나한테는 1초만 와서 보고 가도 좋으니까 그냥 잘 지내고 있다고 웃어줘.”

16일 오전 10시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에서 진행된 추모식.

‘다시 봄, 기억을 품다’라는 주제로 진행된 단원고 추모식에는 재학생과 교사들 6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편지 낭독, 추모 영상 상영, 합창 등의 순으로 1시간여 가량 진행됐다.

4년 전 오빠를 먼저 하늘로 떠나보낸 호정양이 쓴 편지 내용이 울려 퍼지자 강당은 순식간에 눈물바다가 됐다. 호정양 대신 편지를 낭독하던 학생도 도중에 목이 메는 듯 목소리를 여러 번 가다듬었다.

호정양은 이어 편지로 “오빠가 수학여행 가기 전날 내가 수학여행 가서 오지 말라고 그랬잖아. 나 때문에 오빠가 진짜 돌아오지 못한 것 같아 그게 너무 슬프다”면서 “잘 다녀오라고 인사라도 하고 보낼걸. 마지막일 줄은 상상도 못 했어 전했다.

그러면서 ”오빠가 있는 곳은 예쁘고 편안하고 재미있고 따뜻하고 고통 없는 곳이면 좋겠다“면서 ”우리 다음 생에도 엄마, 아빠의 아들, 딸로 오빠, 동생으로 만나자. 그때는 어느 누구도 그렇게 빨리 가지 말고 오래오래 살자“라고 애틋한 마음을 덧붙였다.

편지낭독에 이어 단원고 방송반 학생들이 제작한 추모 영상이 상영되자 추모 분위기는 더욱 숙연해졌다. 해당 영상에는 세월호 참사 직후 뉴스부터 추모식이 진행된 이 날까지 총 1천462일간의 이야기가 담겼다.

이어 합창단이 추모곡인 ‘천 개의 바람이 되어’를 부른 뒤, 학생들은 각자 노란 종이에 쓴 편지를 종이비행기로 접어 공중에 날렸다.

같은 날 오후 1시 안산시 고잔역에서는 1천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추모행진을 진행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양손에 국화꽃과 ”기억하고 행동하겠습니다“,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고잔역에서부터 안산교육지원청 4·16기억교실을 거쳐 안산시 화랑유원지 내 합동분향소까지 긴 행렬을 이어갔다.

일부 시민들은 단원고 희생 학생 250명과 교사 11명의 마지막 기억이 담긴 4·16기억교실 앞에 잠시 발걸음을 멈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대전에서 올라온 오혜림(22)씨는 기억교실 내 학생들 유품을 쓰다듬으며 ”항상 기억하고 기억할 것“이라면서 ”희생자들의 아픔이 나아질 수 있도록 세월호 참사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단원고 앞에 도착한 시민들은 각자 들고 있던 국화꽃을 헌화하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행진은 최종 목적지인 합동분향소까지 약 1시간30분 정도 소요됐다.

행사에 참여한 이지수(21, 서울)씨는 “지난 주말부터 세월호 합동분향소를 방문하는 등 추모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4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크게 변한게 없다. 세월호 문제는 이제 시작이라고 본다. 조금씩 사회가 바뀌어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변근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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